우리나라의 인문학자들 가운데는 지금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지원자가 점점 적어지고, 인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조차도 제대로 일할 장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는 말은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어느 시대건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지 아니한 인문학이 대우를 받은 시절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른 바 문화가 집대성되는 몇몇 시대를 제외하고는 인문학은 사회로부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을 하는 사람은 가난과 비웃음 속에서 올곧은 자기 세계를 구축하므로 ‘선비’는 가난의 대명사처럼 불리었던 것입니다. 비록 ‘가난한 선비’이기는 하지만 정신만은 시대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오히려 인문학이 꽃 필 여러 가지 징후가 있습니다. 과거의 산업이 농 · 공 · 상이 생산직의 전부였고, 여기에는 인문학적 요소가 산업에 접목할 길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비하여, 지금에는 ‘문화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이미 산업 선진국에서는 산업의 구조를 문화산업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문화산업은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만 꽃피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인문학적 토대가 없이는 문화산업의 재료(材料)를 찾아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음악, 게임, 등 각종 문화산업을 일으킬 재료는 거의 모두 인문학 속에서 발굴해 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음악 등의 예술적 영감이나 재료는 인문학 속에 무한히 잠재합니다. 따라서 인문학은 개인적 자기만의 소아적 세계가 아니라 문화산업을 통하여 모두가 공감하고 인생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민족 나아가서 인류의 미래를 조금만 생각한다면 인문학의 위기라고만 하면서 손 놓고 이 문화산업의 보고에 뛰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어렵더라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인문학의 기초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기초 작업은 고전(古典)연구에서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삼화고전연구소 소장 권 중 달

 

現 중앙대학교 역사학과 명예교수
現 삼화고전연구소 소장
現 한국사학사학회 명예 회장
권중달 교수 메일 : jdkwon40@hanmail.net

인천 계양에서 출생한 권중달은 중앙대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만정치대학에 유학하여 '<자치통감>이 한국과 중국의 학술에 끼친 영향' 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부터 중앙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2006년에 정년퇴임하여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다. 권중달은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치통감> 번역을 시작하여 2005년 말에 200자 원고지 8만에 분량인 <자치통감> 전 294권을 완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