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한 세상보기>는 2006년도 중앙대 정년퇴임기념 서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역사라는 창을 통해 세상 보는 즐거움

공자는 자기에 대하여 평가하려거든 자기가 쓴《춘추春秋》를 보라는 뜻으로 말한 일이 있다. 사람이 무엇인가 흔적을 남겼을 때에 그 흔적에는 혼魂이 담겨 있게 마련인데, 글은 더욱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하였을 것이다.

이번 학기로 지난 30년간의 교수직을 마감하는 나는 적지 않은 세월동안 강의실과 연구실, 연구발표회장을 쳇바퀴 돌듯 하며 여러 가지 애환을 겪으면서 살아왔다. 나의 이런 삶 속의 애환은 내가 그 동안 발표했던 에세이나 칼럼 같은 글 속에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년定年이라는 시점에서‘고별강의’라는 형식을 빌려 이것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보려고 하니 400쪽이 족히 넘는 분량이다. 그 중에서 내용이 중복된 것과 책으로 묶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나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만 모아 250쪽 내외로 묶는다. 이를 묶어 출판하는 것은 마치 발가벗고 뭇사람들 앞에 나서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한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조금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용기를 냈다.

그 동안 내가 다루어 온 것이 대체적으로 역사였고, 또 역사공부를 하면서 현실 생활을 영위하여 왔으므로 이 둘을 접목시켜 볼 요량으로‘역사를 통한 세상보기’라고 제목을 붙였다. 역사를 통하여 세상을 본다는 것이 거울처럼 선명하지는 않을지라도 조그만 문구멍을 통하여 세상을 보는 즐거움은 있다.
만약에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 역사라는 창窓을 통하여 세상 보는 재미를 느끼게 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늘어나서 역사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나의 이 책은 나라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묶도록 원인을 제공한 유춘근, 손준식 두 교수에게 감사를 드리고, 고별강의 때문에 많은 신경을 써야했던 중앙대학교 사학과 학과장이신 차용구 교수님을 비롯하여 여러분들께도 미안하면서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 원고의 선별작업과 편집, 구상, 교정까지 도맡아 주신 출판사 소이연과 조성일 기자가 아니었다면 이 책이 나오기가 어려웠을 것이어서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이 원고를 워드 작업하느라 밤을 새웠을 이재훈 조교와 여러 학생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이 책이 나오면서 세 아이들, 그리고 새 식구가 된 사위와 며느리는 내 생각의 일단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내가 글을 쓰면서 밤을 지새울 적마다 원고를 읽고 의견을 주거나 귀찮은 주문을 들어준 아내에게는 나의 자화상으로 이 책을 선물한다.

2005년 12월7일
흑석동 연구실에서, 권중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