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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장군 오기(吳起)의 사랑을 받는 아들 둔 어머니의 통곡
위(魏)나라 장군인 오기의 부하 병사 가운데 한 사람이 종기가 났다. 당시에 장군과 병졸 사이의 신분적 차이는 대단한 것이어서 장군은 언제든지 병졸에게 군법을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한 시기인데도 장군 오기는 졸병의 종기 난 부분을 입으로 빨아서 치료하였다. 감격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아도 대단히 훌륭한 장수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전해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는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어떤 사람이 그 병사의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아들은 졸병인데 장군이 스스로 그대 아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서 치료하여 주었소. 그런데 어찌하여서 그렇게 운다는 말이요?’
이 말을 듣고 그 졸병의 어머니는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 예전에 내 아들의 아버지<그녀의 남편>가 종기가 났을 때 오장군이 그 종기를 빨아서 고쳐 주었더니 이에 감격한 그가 전쟁터에 나아갔을 때 물러설 줄 모르고 싸우다가 죽었소. 지금 내 아들의 종기도 그가 빨아 주었으니 내 아들의 시체를 어디 가서 찾게 될지 모르게 된 셈이요.’
졸병의 어머니는 오기가 자기 남편에게도 은혜를 베푸는 바람에 전사하게 되었는데, 자기 아들에게도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 아들도 감격한 나머지 용감하게 싸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전사할 것이 틀림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 통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중국 전국시대에 있었던 에피소드로 자치통감 1권에 실린 이야기이다.
중국의 전국시대는 중국이 여러 개의 나라로 나뉘어 서로 싸우던 시절이었다. 자치통감에서 규정한 대로라면 기원전 403년부터 시작하여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약 180여 년간을 말한다.
이 시기에는 대체적으로 세력이 큰 나라로는 진(秦)․ 초(楚)․ 연(燕)․ 제(齊)․ 한(韓)․ 위(魏)․ 조(趙)라는 일곱 나라가 있었고, 또 그 보다 적은 나라들이 여럿 있었다. 이 나라들의 최대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었다. 살아남기 위하여서는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 물론 필요했지만 또한 적절한 외교관계의 유지도 필요했다. 때로는 이웃 나라를 위협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약한 것을 보여서 이웃을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보이는 것도 살아남는 한 방법이었다.
이 시기에 역사에 길이 남을 이름을 남긴 장군 가운데 한 사람이 오기이다. 원래 오기는 아주 작은 나라라고 할 위(衛)나라 사람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라인 노(魯)나라에 가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에 노나라는 이웃에 있던 강대한 제(齊)나라에 침략을 받게 되었다. 노나라 사람들이 대단히 당황하였다.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하여서는 전략가인 오기를 장군으로 모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오기의 처가 제나라 사람이라는 문제였다.
오기는 훌륭한 전략가이지만 상대가 오기의 처가(妻家) 나라인 제나라이므로 온 힘을 다하여 제나라와 싸울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오기는 노나라 사람들이 자기를 장군으로 뽑는데 주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장군이 되기 위하여서는 노나라 사람들에게 확실히 자기가 노나라를 위하여 싸울 것이라는 뜻을 확실히 보여 주어야 했다. 오기는 주저 없이 자기의 처를 죽였다. 이는 제나라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었다.
결과 오기는 노나라의 장군이 되었고, 노나라를 침입한 제 나라 군사를 격파하였다. 약한 나라로 전국 7웅(雄) 가운데 하나인 제나라를 물리친 것이다. 그의 명성도 빛났던 것은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에서의 승리가 곧 모든 것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노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제나라의 침입을 막아 주었으므로 오기에게 당연히 고맙다고 해야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노나라의 제후왕에게 가서 오기를 헐뜯었다. ‘오기는 우리 노나라에게 도움을 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어렵게 만든 인물입니다. 그는 첫째로 자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 모든 것을 버리고 분상(奔喪)하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입니다. 다음으로는 이번에는 장군이 되려고 자기의 처를 직접 죽인 사람입니다. 이로 볼 적에 오기는 잔인하고 야박한 사람입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처럼 약한 노나라는 이웃 나라에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밝혀서 이웃에서 우리 노나라를 위험국가로 보게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오기가 강한 제 나라를 쳐서 이기는 바람에 이웃에서 모두 우리 노나라는 강한 나라이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웃 나라들이 우리 노나라를 치려고 할 것이므로 오히려 어렵게 한 것입니다.’
오기는 노나라를 위하여 전투에서는 승리하였지만 이렇게 참소를 당하자 오히려 노나라에 있기가 어렵게 된 셈이었다. 오기는 살아갈 궁리를 하다가 위(魏)나라의 문후(文侯)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위문후에게로 달려갔다.
위문후는 이극이라는 사람에게 오기가 어떤 인물인지를 물었다. 이극은 대답하였다. ‘오기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호색가라는 것과 탐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용병술(用兵術)을 가지고 말한다면 춘추시대 제나라에 있었던 훌륭한 장수인 사마양저조차도 그를 못 당할 것입니다.’
사람을 채용할 때에는 그 사람의 장점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안 위(魏)나라의 문후는 오기를 장수로 삼았다. 과연 오기는 그렇게 강한 진(秦)나라와 싸워서 한꺼번에 진나라의 성 다섯 개를 빼앗는 전과를 올렸다.
오기는 전쟁의 영웅인 것은 틀림없다. 노나라에서 위(魏)나라로 온 다음에 장군이 되었는데도 그의 생활 태도는 보통 장군들과는 달랐다. 장군인 그가 먹는 음식과 입는 옷은 사병들 가운데도 제일 하급자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잠을 잘 때에도 잠자리를 따로 펴지 않고 병사들과 똑 같은 환경 속에서 잤다. 또한 다닐 때에도 사병처럼 걸어 다녔고 말을 타지 아니하였다. 먹을 양식도 자기 스스로 짊어지고 다녔다.
이러한 장군의 태도는 사병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장군 오기의 명령만 있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보통 장군들이 하는 것과 다른 태도는 사병들을 감격시켰고, 이것은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훌륭한 장수, 졸병들에게 작은 은혜를 베풀고 그 작은 은혜에 감격하여 목숨을 바쳐 싸우게 하는 용병술을 가진 유능한 장군인 오기. 그러나 어머니의 상을 당했을 때 가지도 않았고, 출세를 위하여 처조차 죽였던 비정한 사람이어서 도덕적으로 존경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오기를 보면서 한 인간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된다.<제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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