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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천하를 가질 것인가? 부잣집 영감이 될 것인가?
패공인 유방이 진나라의 도읍인 함양에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패공(沛公)인 유방이 서쪽으로 진격하여 함양에 들어갔다. 여러 장수들은 모두 금과 비단 그리고 재물이 있는 관부(官府)의 창고를 달려가서 이러한 것들을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소하(蕭河)만은 진나라의 승상부(丞相府)에 있는 지도와 전적(典籍)을 가려다가 보관하였다.
이 때문에 패공은 천하에서 요새가 되는 지역과 각 지역별 호구가 얼마나 되며, 또 강한 곳과 약한 곳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패공은 이곳에서 진나라의 화려한 궁실과 휘장 그러고 개와 말 같은 가축과 귀중한 보배와 아름다운 여인이 수천명에 이르는 것을 보고 이곳에 머물러 살고 싶어 했다.
그러자 번쾌가 충고하는 말을 하였다. “패공께서는 천하를 갖고 싶으십니까? 장차 부잣집 영감이 되고 싶으십니까? 이들 사치한 물건들은 진나라를 망하게 한 원인이 된 것들인데 패공께서는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원컨대 패공께서는 패상으로 돌아가시어 부디 이곳 궁중에 머물러 있지 마십시오.” 그러나 패공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량(장량)이 말하였다.
“진나라가 무도(無道)하였기 때문에 패공께서 이러한 위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무릇 천하 사람들을 위해 잔적(殘賊)을 제거하시려면 마땅히 상복(喪服)을 입는 자세를 취하여 밑천을 삼으십시오. 지금 처음 진나라에 들어왔는데, 바로 그 즐거움에 편안히 있고자 하신다면 이는 이른바, 옛날에 하(夏)나라를 망친 걸(桀)을 도와서 포학한 것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실천하면 이롭고 독한 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고치는 데에는 이로운 법입니다.
원컨대 패공께서는 함양을 떠나서 패상으로 돌아가 주둔하십시오.” 이리하여 패공은 함양을 떠나서 패상으로 돌아가 주둔하였다. 11월에 패공은 여러 현(縣)의 부로(父老)들과 호걸들을 불러 말하였다. “여러 부로들께서는 진나라의 가혹한 법 때문에 오래 고생하셨소. 나와 제후들이 의제(義帝)에게 약속하기를 먼저 함곡관을 넘어 들어오는 자가 이곳의 왕이 된다고 하였으니, 나는 마땅히 관중(關中)에서 왕 노릇 하게 될 것이오. 여러 부로들과 약속하건대 법은 세 조항뿐이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한 사람과 도적질한 사람은 죄를 받는 다는 것이오. 그 외에 진나라의 법은 모두 없애 버릴 것이니 여러 관리와 백성들은 안심하고 옛날 같이 지내시오. 무릇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부로들을 위해 해로운 것을 없애려는 것이지 약탈해 가거나 포학한 짓을 하려는 것이 아니니 두려워하지 마시오. 또한 내가 패상으로 돌아가 주둔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제후들이 오기를 기다려 지난번에 우리끼리 했던 약속을 확정지으려는 것뿐이오.”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진나라 관리들과 함께 다니면서 이 말을 여러 현과 향 그리고 읍에 알리게 하였다.
진나라의 소속되었던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다투어 소와 양 그리고 술과 밥을 가져와서 패공의 군사들에게 바쳤다. 패공은 또 사양하며 받지 않고 말하였다. “창고에 곡식이 많아서 부족함이 없으니 백성들의 것을 쓰고 싶지 않소.” 백성들은 더욱 기뻐하며 다만 패공이 진나라의 왕이 되지 않을까 만을 걱정하였다. 유방이 항우를 이기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야기를 설명한 부분이다.
유방도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궁전과 좋은 음식을 좋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소하와 장량 그리고 번쾌의 말을 쫓아서 고생하였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정치를 하였다. 강제로 사람들을 지배한 것이 아니고 덕을 베풀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산 것이다. 사람이 진정으로 이겨서 천하를 갖고 싶다면 모름지기 덕을 베푸는 것이다. 눈앞에 작은 이익에 집착한다면 기껏 시골 부잣집 영감이 되는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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