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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상여


<제4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상여
            
전국(戰國)시대인 주 나라 난왕(赧王) 32년(기원전 283년)에 있었던 일이다. 조(趙)나라 왕이 초(楚)나라의 화씨벽(和氏璧)을 얻었다. 화씨벽이란 화씨라는 사람이 만든 구슬이라는 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보석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보석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진짜 보석을 사랑하는 변화(卞和)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기원전 8세기에 초나라의 보석전문가인 변화가 산에서 큰 돌을 발견하였는데, 그 속에 보석이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이를 당시 초나라의 왕인 여왕(厲王)에게 바쳤는데, 영왕은 그 돌 속에 보석이 있는 줄을 알지 못하고, 다만 자기를 속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변화의 왼쪽 다리를 잘라 버렸다. 변화는 이 돌을 품고 그 다음에 등극한 임금인 무왕(武王)에게 바쳤는데, 그도 역시 자기를 속이는 것으로 알고 다시 그의 오른쪽 다리를 잘라 버렸다.  
변화는 그다음으로 문왕(文王)이 등극하기를 기다렸다가 이 보석돌을 품고 형산(荊山)에 가서 통곡을 하였다. 문왕이 사람을 보내어 그 연유를 물었더니, 변화는 대답하였다. ‘나의 두 다리가 없어진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돌은 분명히 보석인데도 이를 몰라보고 나의 충성심을 제대로 이해해 주진 않는 것이 슬퍼서 통곡을 하는 것입니다.’ 문왕은 이 말을 듣고 전문가에게 돌을 깎으라고 하여서 드디어 그 속에 숨겨진 보옥(寶玉)을 찾아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귀한 보석인 화씨벽은 당시로 보아서도 이미 500년이나 내려온 귀한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진(秦)나라의 소왕(昭王)은 이를 갖고 싶었다. 그리하여 조나라에게 자기 진(秦)나라에 속한 15개의 성(城)과 이것을 바꾸자고 제의하였다. 조나라에서는 입장이 난처하였다. 이 구슬을 주지 않자니 진나라는 아주 강력한 나라였으므로 두려웠고, 주자니 진나라가 15개 성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길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할 수 없어서 인상여(藺相如)에게 물었더니 인상여가 대답하였다. ‘진 나라가 성(城)을 가지고 이 구슬을 바꾸자고 하는데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허물은 우리에게 있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에게 구슬을 주었으나 진나라가 우리에게 약속한 성을 주지 않는다면 그 허물은 진 나라에 있게 됩니다. 이 두 가지의 경우를 비교한다면 차라리 진나라에 주겠다고 하여 진나라에게 짐을 지우십시오.’
그리고 계속하여 이야기 하였다. ‘원컨대 제가 이 구슬을 받들어 가지고 진나라로 가게 하여 주십시오. 진나라에서 우리에게 성을 내 주지 않는다면 제가 구슬을 온전하게 하여 가지고 오겠습니다.’라고 하며 이 어려운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그리하여 조나라의 왕은 인상여를 진나라에 파견하였다. 인상여가 진나라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진나라 왕은 조나라에 성을 줄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인상여는 진나라 왕을 속이어서 다시 구슬을 찾아가지고 자기를 수행하던 사람에게 주어서 이 구슬을 가지고 샛길로 조 나라로 돌아가게 하고 자기는 진나라에 남아서 진 나라의 명령을 기다리었다.
진나라의 왕은 이 사실을 알고 인상여를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예(禮)를 다하여 대우하고 돌려보냈고, 조나라에서는 돌아온 인상여를 상대부(上大夫)라는 높은 벼슬을 주었다.
이 일이 있고나서 4년이 지난 난왕 36년(기원전 279)의 일이다. 화씨벽을 손에 넣지 못한 진나라 왕이 사신을 조나라에 보내어 황하의 남쪽에 있는 면지(澠池)라는 곳에서 조 나라 왕과 회담을 갖자고 제의하였다. 조 나라 왕은 그곳에 가서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조나라의 장군인 염파(廉頗)와 인상여는 그렇지 않았다. ‘왕께서 가지 않는다면 조나라는 겁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왕은 드디어 회합장소로 가기로 하였는데, 인상여가 수행하고 염파는 국내에 남아 있기로 하였다.
염파는 왕을 국경지역까지 호송하고 그곳에서 왕과 헤어지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 가시는데 목적지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만나서 회합하고 예(禮)를 다 마칠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하여 보면 30일이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30일이 넘어도 돌아오시지 않는다면 국내에 남아 있는 태자를 왕을 세우고 진 나라와 절교하게 해 주십시오.’
이는 왕이 이번 회합에 나아가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왕이 진 나라에 가서 죽더라도 조 나라는 망하게 해서는 안 되므로 태자를 왕으로 세워서 진 나라에 대항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드디어 면지에 도착하여 두 나라 왕이 만났다. 진나라 왕과 조 나라 왕은 술을 마시고 흡족해 있을 즈음에 진 나라 왕이 조 나라 왕에게 비파를 뜯어 달라고 청하자, 조 나라 왕은 비파를 뜯었다. 왕에게 비파를 뜯어 달라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 일이었으나 조 나라 왕은 참고 이를 들어 준 셈이었다.
이를 본 인상여는 자기 나라 왕이 모욕을 당한 것 같았으므로 반대로 진나라 왕에게 부(缶)라는 북 같은 악기를 쳐 달라고 요구하여 자기 왕에게 한 것과 똑같은 것을 요구하였다. 진 나라 왕은 이를 하려 하지 않았다. 인상여가 진 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저의 다섯 걸음 안 쪽에 계십니다. 이제 제가 저의 목을 칼로 찔러서 그 피로 대왕의 옷을 적시겠습니다.’
이에 놀란 진나라 왕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인상여를 찌르려 하였다. 그러나 인상여는 눈을 크게 뜨고 꾸짖으니 나서지 못하였고 진 나라 왕도 내키지는 않았지만 부를  한번 쳤다. 인상여는 자기 나라 임금이 망신당하는 순간을 적절히 갚아주었던 것이다. 술자리가 끝나자 진 나라 사람들은 조나라 왕을 어떻게 해 보고자 하였으나 조나라에서는 이에 대비하여 경비를 강화하였기 때문에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 나라 왕은 돌아와서 인상여를 상경(上卿)으로 삼아서 국내에 남아 있던 염파보다 지위를 높여 주었다. 조나라 안에서 염파와 인상여의 지위가 뒤바뀐 것이다. 인상여는 몹시 불쾌하여 말하였다. ‘나는 조나라의 장군으로 성을 공격하거나 들에서 싸울 때면 큰 공로를 세웠다. 그런데 인상여는 원래 하찮은 사람이지만 헛되이 입만 가지고 나의 윗자리를 차지하였으니 나는 차마 수치스러워서 그의 아래에 있지 못하겠다.’ 그리고 선언하였다. ‘내가 반드시 인상여를 보면 욕보이겠다.’
이 말을 들은 인상여는 염파와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조회가 있을 때면 병이 났다고 출석하지 않았고, 밖에 나갔다가 멀리서라도 염파가 보이기만 하면 수레를 이끌어서 숨어 버렸다. 그러자 인상여의 부하들은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였다. 이를 안 인상여가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이 보기에는 염장군과 진 나라 왕을 비교한다면 어떠한가?’ 대답하였다. ‘염파가 진나라 왕보다는 못합니다.’
다시 인상여가 말하였다. ‘무릇 진나라 왕이 위엄으로 나를 대하였을 때에도 나 인상여가 그를 꾸짖고 그의 많은 신하들을 욕 보였는데, 나 인상여가 비록 힘이 없다고 하나 겨우 염장군을 두려워하겠는가? 내가 생각하건대 강한 진나라가 감히 우리 조나라를 어쩌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사람 염장군과 나 인상여가 있음으로 해서이다. 지금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다투게 되면 둘 다 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급한 일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이 원수 갚는 일은 다음에 하겠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부끄러웠다. 웃옷을 벗고 맨 몸으로 가시를 짊어지고 인상여의 집에 와서 사죄하였다. 그들은 드디어 서로 상대방의 위하여 목숨을 바칠 정도로 교류하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자치통감 권 4에 실린 이야기이다. 이 때에도 이미 진나라는 중국천하에서 제일 강한 나라였다. 이 강한 나라 옆에 있어야 하는 조나라의 입장은 언제 진나라에게 멸망할지 항상 불안하였다. 이러한 때에 인상여가 장군 염파의 모욕을 감수하며 피하여 다닌 것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진나라 왕에게 맞섰던 사람이지만 국가를 위하여 개인에 대한 모욕을 참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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