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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소광(疏廣) 부자의 자식사랑

<제25화> 소광(疏廣) 부자의 자식사랑

                                
전한 선제(宣帝) 때의 이야기이다. 선제 원강 3년(기원전  63) 4월에 황태자를 교육시키어 논어(論語)와 효경(孝經)을 통독하게 한 태부(太傅)인 소광이 그의 아들이며 소부(少傅)인 소수(疏受)에게 말했다. ‘듣자하건대 만족할 줄 알면 욕된 일이 없을 것이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로워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는 이제 벼슬살이를 하여 이천석의 녹질을 받는 자리에 이르렀으니, 관직도 높아졌으며 명성도 쌓았다. 이와 같은 때에 물러나지 않으면 후회함이 있을까 걱정이다.’

이 말을 하고서 소광부자는 함께 병이 들었다고 핑계를 대면서 관직에서 물러가겠다고 상소하였다. 황제인 선제는 이를 허락하면서 황금 20근을 덧붙여 하사하였고, 황태자도 그의 스승인 이들에게 50근을 증정하였다.
공경(公卿)들과 옛날 친구들이 동도문 밖에서 연회를 베풀어 주었고 이들을 배웅하는 사람의 수레가 수백 량이나 되자 도로에서 이 광경을 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말했다. ‘현명하구나! 저들 두 대부(大夫)여!’ 어떤 사람은 탄식하면서 눈물을 흘리기 까지 하였다.

향리로 돌아 온 소광과 소수는 매일 황금을 팔아서 연회를 열고 친족과 옛날 친구 그리고 빈객을 초청하여 즐겼다. 어떤 사람이 소광이게 그 황금으로 자손을 위하여 사업을 일으켜 두라고 권고하였더니 소광은 대답하였다. ‘내가 늙고 미혹되었다 한들 어찌 자손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밭과 여막(廬幕)이 있으니 자손들이 거기에다 부지런히 힘을 쏟는다면 의식(衣食)문제는 충분하여 보통 사람과 비슷한 정도는 될 것인데 이제 이를 늘려 여유가 있어지게 한다면 자손은 나태하고 타락하도록 가르치는 것뿐이요. 자손들이 재물이 많으면 그들이 큰 뜻을 펴는데 해가 될 것이고, 그들이 우둔한데도 많은 재산이 있으면 허물만 더 많이 만들어 줄 것이요. 무릇 부(富)라는 것은 많은 사람의 원망을 일으키는 것인데 나는 이미 자손을 잘 교화(敎化)시키지 못하였으니 그 허물을 늘려서 원망이 생기게 하고 싶지 않소. 또한 황금은 성스러운 군주가 이 늙은 신하에게 은혜로 봉양하기 위하여 하사하신 것이요. 그러니 향당과 종족과 더불어 그 하사품을 향유하여 여생을 다하려고 하는데 이 또한 옳지 않겠소?’
이에 친족들이 기뻐하며 감복하였다.

요즈음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얼토당토않은 말로 치부한다. 우선 높은 관직에 있다가 쫓겨나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돈이 있으면 자손이 편하게 세상살이를 하라고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세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하고 내 것은 덜 쓰려고 하니 소광 부자 같은 사람이 있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을 듣는다면 소광부자의 말은 천만 지당한 말씀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재벌 몇 곳에서 형제간의 다툼으로 검찰에 불려 다니거나 소송이 잇따른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다. 잘은 몰라도 형제간에 소송을 한 사람도 소송을 당한 사람도 당장 먹고 살 것이 없는 것 같지 않은데 아버지 재산을 가지고 다툼을 하다가 감옥까지 가는 신세가 되고 있으니 돈이 없었더라면 안 갈 감옥을 가게 된 셈이다.

이들을 보고 나는 돈이 많아도 안 그럴 것이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즈음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점수만 높이면 되고, 돈 걱정을 말라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지만 그러한 부모의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자라는 자식들은 어떤 사람이 될까? 소광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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