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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좋은 말을 두고 싸운 전쟁

<제21화> 좋은 말을 두고 싸운 전쟁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얼마나 정당한지는 후대의 역사가가 평가할 문제이긴 하지만 좋은 말을 두고 일으킨 전쟁이 한(漢) 무제(武帝) 때에 있었다.

한나라 무제는 흉노를 정벌하는 등 서역개척에 노력을 하였고 서역으로 많은 사자(使者)들을 보내기도 하였다. 서역에 갔다 온 사자들이 무제에게 보고하였다. ‘대완국(大宛國)에는 아주 좋은 말이 있는데, 이사성(貳師城)에 감추어 놓고 한나라의 사자에게는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제는 장사인 차령(車令) 등에게 천금(千金)의 돈과 금으로 만든 말을 가지고 가서 그것을 달라고 하게 하였다. 이에 대완국의 왕이 신하들과 논의하며 말하였다. ‘한나라는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여러 차례 교류를 하고자 시도하였으나 실패한 바가 있다. 그들이 북쪽에서 출발하여 이쪽으로 온다면 그 사이에는 흉노들이 있어서 못 올 것이고, 남쪽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물과 풀이 부족하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도 없어서 먹을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의 사자가 수백 명이 온다고 하여도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여 죽은 자가 반을 넘었는데 어떻게 많은 군사들이 올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자기들이 우리를 어쩌겠는가? 이사성에 있는 말은 우리 대완국의 보물과 같은 것이다.’

결국 지리적인 여건을 믿고서 한무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한나라의 사자는 화가 나서 막말을 하고, 또 가지고 갔던 금으로 만든 말을 철퇴로 부숴버리고 떠났다. 이를 본 대완국의 귀족들도 화를 내며 말하였다. ‘한 나라 사자들이 우리를 경시하는군.’ 그리고 그들의 동쪽 변경에 있는 욱성왕(郁成王)에게 명령을 내려서 한나라의 사자를 죽이고 그들의 재물을 빼앗게 하였다.

한나라의 천자는 크게 화가 났다. 대완국에 사자로 갔었던 요정한(姚定漢)등이 말하였다. ‘대완국의 군사들은 약해서 군사 3천명만 있어도 강노(强弩)로 쏘면 그들을 모조리 포로로 잡을 수 있습니다.’ 무제는 이 말을 믿었다. 무제는 자기가 아끼는 이부인(李夫人)의 오빠인 이광리(李廣利)를 이사장군으로 삼고 6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대완국을 정벌하게 하였다.

정말로 무제는 좋은 말을 얻으려고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 자치통감을 쓴 사마광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무제는 그가 아끼는 이씨의 오빠인 이광리를 열후(列侯)로 책봉하고 싶었지만 그가 공로를 세운 것이 없기 때문에 규정상 할 수가 없었는데, 이 원칙은 고조 유방이 세운 원칙이었다.

무제는 이광리에게 열후로 책봉하고자 하는 생각과 고조가 만든 원칙을 지키려는 생각 사이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을 다 채우려고 한 것이다. 이광리가 유능한 장군으로서의 재능을 가졌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국가의 중요한 일에 목숨을 걸고 나가서 싸우게 하고 공로를 세우면 열후로 책봉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광리에게 장군으로서의 재능은 없었다. 장군자리를 주더라도 아이들 손목 비틀어서 과자 뺏어 먹는 정도의 가벼운 일을 맡겨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정도의 전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이 좋은 말로 인한 대완국 정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란 무엇인가? 나라의 안위(安危)와 관계되고, 백성들의 생사(生死)와 상관된 경우에만 전쟁은 해야 하는 것인데, 좋은 말이란 나라와 백성과 관계된 일이 아닌데 전쟁을 일으키는 큰 잘 못을 결정하면서 명분상으로는 고조의 유언을 지켰다고 하려는 무제는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요즈음도 선거가 끝나고 나면 논공행상을 하려고 한다. 선거 때야 누구라도 돕는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승리한 다음에는 국가를 생각하고 자리를 주어야 하는데, 사적(私的)관계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띈다. 의리를 지키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의리를 지키려고 국가를 그르치는 인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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