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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장탕(張湯)이 사용한 반순복비(反脣腹誹)의 죄

<제20회> 장탕(張湯)이 사용한 반순복비(反脣腹誹)의 죄


자치통감 권 20에 ‘반순복비(反脣腹誹)의 죄’라는 대목이 나온다.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입술을 삐쭉 내미는 것이 뱃속으로 비난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보거나 말을 듣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겉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입술을 삐쭉 내밀어서 비난하는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반순(反脣)은 뱃속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라고 하여서 처벌하는 죄가 바로 반순복비의 죄인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토당토않은 말이기는 하지만 정적(政敵)을 죽이기 위하여서는 이러한 죄목도 만들었던 것이

한 나라 무제(武帝) 때에 있었던 일이다.

한 나라 무제 때에 안이(顔異)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청렴하고 강직한 사람이어서 조금씩 승진하여서 나중에는 대농령(大農令)에까지 관직이 올라갔다. 이 때에 무제가 제후들의 돈을 빼앗는 방법의 하나로 백록피(白鹿皮)의 돈을 만들었다. 즉 흰 사슴의 가죽을 네모반듯하게 잘라서 이것 하나를 40만전으로 하고, 제후들은 매년 황제에게 조하(朝賀)할 때에 이것을 밑에 깔고 선물을 바치게 하였던 것이다.

재정을 담당한 안이는 이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여 무제에게 말하였다. ‘오늘날 왕후(王侯)들은 벽옥(碧玉)을 가지고 조하하고 있는데, 그 벽옥의 가치는 수천 전(錢)에 지나지 않는데 백록피는 그 값이 40만 전(錢)이나 되니 벽옥을 가지고 조하하면서 이 백록피를 깔게 하는 것은 본말(本末)이 맞지 않습니다.’ 바른 말이어서 무제는 듣고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법을 담당하였던 장탕(張湯)은 안이와 사이기 좋지 않았는데, 마침 어떤 사람이 어떤 다른 사건을 가지고 안이를 고발하였다. 황제는 앞에서 안이에게 기분이 나빴던 터라 이 사건을 장탕에게 보내어 조사하고 처리하게 하였다. 조사하다가 안이가 예전에 반순(反脣)했던 상황을 찾아내게 되었다.
즉, 안이가 전에 어떤 손님과 이야기 하는데, 그 손님이 무제가 처음에 내렸던 조령(詔令)은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하자 안이는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보일 듯 말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는 것이다.

장탕은 이 사실을 알아내자 무제에게 상주하였다. ‘안이는 9경(卿)의 자리에 있으면서 조령(詔令)에 불편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비방<복비(腹誹)>하였으니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대농령인 안이는 사형을 당하였다.

그 후에 장탕은 또 하급관리인 노알거(魯謁居)를 이용하여 정적인 이문(李文)을 제거하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장탕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고, 그 가운데 황제의 형님이 조왕(趙王)도 장탕과 틈이 있었는데, 동생인 무제에게 편지를 썼다. ‘장탕은 하급관리의 발을 주물러 주었다하니 그가 큰 간신(奸臣)인가 의심이 갑니다.’ 장탕이 노알거가 병이 들었을 때에 그의 발을 주물러 준 것을 가지고 간신으로 몰아 간 것이다.

그 뒤로 장탕은 계속하여 모함을 받았는데 상인인 전신(田信)에게 기밀을 누설하여 많은 이익을 남기게 하여 뒤에 이익을 갈라 가졌다고 고발되었다. 장탕은 이러한 고발들이 모두 세 명의 장사(長史)가 자기를 모함한 것이라고 황제에게 편지를 쓰고 자살로 막을 내렸다. 그가 죽은 뒤에 장탕의 집을 조사해 보니 겨우 500 금(金) 밖에 없었다. 정말로 모함 받은 것이 분명해진 셈이었다.

결국 다른 사람을 옭아매어 죽인 장탕도 끝내 모함을 받아 막을 내린 셈이니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할까? 인과응보는 불교의 논리이지만 역사책을 읽다보면 보응(報應)의 현상이 자주 눈에 띈다. 세상을 막 사는 사람들에게 역사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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