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164 article Join Login
 
<제19화> 말 잘하는 한무제에게 간언한 급암

<제19화> 말 잘하는 한무제에게 간언한 급암

                                
한무제는 전한 시대에 흉노를 정벌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리하여 그는 필요한 인재를 쓰려고 계속하여 사대부들을 초빙하였다. 그러나 만나보고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성품이 엄격하고 각박하여 평소에 사랑하고 믿었던 신하라고 할지라도 조금만 범법을 하거나 속이는 일이 있으면 즉각 그를 죽이고 너그럽게 용서하는 일이 없었다,

이에 급암(汲黯)이라는 사람이 간언하였다. ‘폐하께서는 현명한 사람을 구하는 일로 아주 많은 노고를 하시지만 그들을 다 이용하여 보지도 못하고 죽이십니다. 선비의 숫자는 유한한데 방자하다하여 끊임없이 죽이시면 천하의 현명한 인재들이 다 소진되어 바릴까 신은 걱정이옵니다. 그리되면 폐하께서는 누구와 정치를 하시려 하옵니까?’

급암은 말을 하면서도 화를 내고 있었지만 황상인 무제는 웃는 낯으로 대답하였다. ‘어느 시대인들 인재(人才)가 없겠는가? 다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까 근심할 뿐이로다. 진실로 이를 알 수만 있다면 어찌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겠는가? 무릇 인재라는 것은 쓸모 있는 그릇과 같아서 재주 있는 사람이 그 재주를 다 쓸 수 없다면 이는 재주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죽이지 않는다 하여 무엇에 쓰겠는가?’

인재를 두고 신하인 급암과 황제인 무제의 시각(視角)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신하 입장에서는 인재를 아기어서 조그만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잘 쓰라는 뜻이고, 황제의 입장에서는 재주가 있다면 이 재주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그 재주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재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급암은 무제의 말을 듣고 주저 없이 다시 자기의 의견을 내 놓는다. ‘신은 말을 가지고 폐하를 설복시킬 수는 없사옵니다. 그러나 오히려 마음에서는 그러한 것이 잘 못이라고 여깁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지금부터 이를 고치시고, 신이 어리석어서 이치를 모른다고 하지 마십시오.’

급암은 인재를 등용하는 것을 놓고 말로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옳게 보이는 것과 그르게 보이는 것은 있게 마련이다. 마음속으로 그르다고 여기는 것을 말로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무제는 말을 좋아하였다. 한번은 악와수(渥洼水)라는 강가에서 신마(神馬)가 나왔다고 바친 일이 있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사마상여에게 시(詩)를 지으라고 하고, 이연년에게 곡조를 붙이라고 하였다.

급암은 이를 비판하여 간하였다. ‘무릇 제왕이 된 사람이 음악을 짓는 것은 위로는 조종(祖宗)을 이어 받고 아래로는 많은 백성을 교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제 폐하께서는 좋은 말을 얻었다고 시를 짓고 곡조를 붙여 종묘에서 연주한다면 먼저 돌아가신 황제나 백성들이 어떻게 음악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무제는 아무 말 하지는 않았지만 기쁜 기색은 아니었다.

무제는 똑똑한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잘 알거나 잘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제왕 된 사람은 귀에 거슬린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간언하는 사람을 잘 대우하는 사람은 실수를 적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여기에서 제왕된 사람은 그것을 참을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제왕을 모신 백성들은 그래서 불쌍하다.

전통시대에는 왕재들에게는 제왕학(帝王學)을 가르쳤고 여기에서는 황제에게 성인이 되기를 요구하고 가르쳤다. 정치적 권력이 있다하여 자기 수양을 게을리 한 제왕은 번번이 폭군으로 남는다. 이러한 논리야 어디 전통시대에 제왕들에게만 필요한 것이겠는가?

어느 시대건 인격을 갖춘 지도자가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 민초들의 마음이야 변할 리 없건만, 자유, 민주라는 이름으로 인격 같은 것을 도외시(度外視)하는 지도자들을 볼 때에 교육자로서는 슬프다.


Prev
  <제20회> 장탕(張湯)이 사용한 반순복비(反脣腹誹)의 죄

권중달
Next
  <제18화> 황제의 사치를 막은 동방삭

권중달
List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data/__zbSessionTMP)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