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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장석지의 옳은 말을 들었던 문제

<제14화>  장석지의 옳은 말을 들었던 문제
                               
한 시대의 5대 황제인 문제(文帝)는 훌륭한 군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항상 수행하였던 알자복야의 벼슬을 가진 장석지라는 사람이 있었다. 한번은 문제가 황실 소속의 동산에 행차하였는데, 이 동산의 책임자인 상림위(上林尉)가 황상을 맞이하였다. 문제는 상림위에게 이 동산에 있는 동물들에 관하여 적어 놓은 금수부(禽獸簿)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물었다.

상림위는 자세히 알지 못하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기만 하고 하나도 대답을 못하였다. 이 때에 이 동산의 관리인인 색부(嗇夫)가 옆에 있다가 대신 대답하였고, 황제는 그 색부의 능력을 보고자 하여 다시 더 자세한 것을 물었지만 하나도 막힘없이 다 대답하였다.
  
문제는 감탄하고 말하였다. ‘관리란 마땅히 이와 같아야 되지 않겠는가? 상림위를 믿을 수가 없구나!’ 그러고는 장석지에게 조서를 내려서 그 색부를 상림령으로 삼으라고 하였다.

한참 뒤에 장석지가 황제 앞으로 가서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강후인 주발을 어떤 사람으로 보십니까?’ ‘어른다운 사람이지.’ 다시 물었다. ‘동양후인 장상여는 어떤 사람입니까?’ ‘어른다운 사람이지.’

이 말에 이어서 장석지는  말하였다. ‘무릇 강후와 동양후는 어른다운 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일찍이 사무에 대하여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입에 발린 말을 재빨리 하는 색부를 본받게 하십니까? 또한 진나라 때는 붓을 잡은 관리들에게 일을 맡겨서 재빠르고도 가혹하게 살피는 것을 다투어 경쟁하게 하였는데, 그 폐단으로 문사(文辭)만 갖추고 알맹이는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허물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점차 흙더미가 무너지는 것 같은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폐하께서는 색부의 말재주를 가지고 그를 몇 단계를 뛰어 넘어 승급시키시니, 신(臣)은 천하의 사람들이 풍문을 좇아서 다투어 말재주만 피우며 그 알맹이는 없게 될까 걱정입니다. 무릇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본 받는 것은 그림자가 비추어지는 것처럼 빠르니 천거하는 조치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황제가 말하였다. ‘훌륭한 말이로다.’ 색부를 상림령에 제수하지 않았다.
그 후에 장석지는 중대부에 임명되었다. 한번은 문제를 수행하여 황제의 능침(陵寢)인 패릉에 갔다. 황상이 말하였다. ‘아! 북방에 있는 산의 돌을 가져다가 곽(槨)을 만들고 모시와 솜조각으로 그 사이를 칠하여 붙인다면 어찌 움직일 수 있겠는가?’ 능침은 관곽(棺槨)으로 단단히 싸서 도굴(盜掘)하지 못하게 할 방법을 말한 것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장석지는 말하였다. ‘그 무덤 속에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보물이 들어 있다면 비록 남산을 구리로 다 싸서 견고하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틈새는 있을 것이고, 그 무덤 안에 사람들이 욕심 부릴 것이 없다면 비록 돌로 된 곽을 없앤다 하여도 어찌 근심하겠습니까?’ 도굴을 염려한다면 무덤 안에 보물을 넣어 두지 말라는 말이었다. 황제는 훌륭하다고 하였다.

후에 장석지는 법을 다루는 정위가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한 고조 유방의 능묘에서 옥으로 된 반지를 훔쳤다가 붙잡혔다. 문제는 화가 나서 그 집안을 멸족시키고자 하여 이 사람을 장석지에게 넘겼다. 장석지는 규정에 따라서 그 사람만 기시(棄市)에 처하라고 판결하였다. 황제는 형벌이 약하다고 생각하여 화가 났다. 장석지는 말하였다. ‘법대로 한 것입니다. 감정대로 하면 같은 죄를 지어도 어떤 때는 역적이 되고 어떤 때는 순종하는 사람으로 만들게 됩니다.’ 황제도 이에 승복하였다.

문제는 훌륭한 군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도 본디 훌륭했던 것이 아니라 옆에서 옳은 이야기를 할 때에 이를 받아들였던 태도 때문에 훌륭한 군주가 된 것이다. 옳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예전에나 지금이나 또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다만 이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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