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화 명재상인 소하와 조참
전한시대 초기에 유명한 재상은 소하와 조참 두 사람이 있다. 그 첫 번째의 재상은 고조인 유방이 항우와 혈전을 벌이고 있을 때에 관중지역을 지키며 모든 군수물자를 대고 군사를 공급하였던 소하(蕭何)이다. 고조 유방은 죽고 그의 아들인 혜제가 등극하여 2년이되는 해였는데 찬문종후라는 작위를 가진 소하가 병이 들었다.
혜제는 친히 그에게 가서 물었다. '그대가 100세가 된 뒤에 누가 그대를 대신할 수 있겠소?' 100세가 된 뒤라 죽는다는 말인데 죽는다는 이말을 입에 올리기 싫어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며, 소하가 죽은 다음에 누구를 재상으로 임명해야 하느냐를 물은 것이다. 소하가 혜제에게 대답하였다. '신하된 사람이 아는 것과 군주된 사람이 아는 것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군신간에는 시각(視角)차이가 있으니 사람이 사람을 천거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러자 황제가 물었다. '조참(曹參)은 어떠하오?' 소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황제께서 그를 찾아냈으니 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소하도 그의 후임으로 조참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에 소하는 죽었다. 소하가 마련해 둔 경작지와 주택은 모두 궁벽한 곳에 있었는데 담장을 수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말하였다. '나의 후손이 똑똑하다면 나의 검소함을 배울 것이고, 똑똑하지 못했다 하여도 세가(勢家)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드디어 조참을 상국(相國)으로 삼았다. 바로 전에 조참은 소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안일을 보는 하인에게 일렀다. '빨리 행장을 준비하라. 내가 곧 재상이 될 것이다.' 과연 얼마되지 않아서 사자가 조참을 부르러 왔다.
조참이 미천하였을 때에는 소하와 잘 지냈는데, 장상(將相)이 된 뒤에는 틈이 생겼다. 하지만 소하 또한 죽기 직전에 똑똑하다고 추천한 사람은 오직 조참뿐이었다. 그런데 조참 또한 소하를 대신하여 재상이 되고도 소하가 하였던 일을 변경 없이 그대로 추진하고 소하가 한 약속을 그대로 준수하였다.
군(郡)이나 국(國)의 관리를 택하는데에도 글과 말에서 질박하고 어눌하며 중후하고 어른다운 사람을 뽑았다. 이러한 사람을 뽑아서 승상부의 관속으로도 임명하였다. 말을 화려하게 잘하고 각박하며 소문과 이름을 얻기에 힘쓰는 관리는 즉각 쫓아냈다. 그리고 밤낮 진한 술을 마셨다.
경과 대부 이하의 관리와 빈객들이 조참을 보러 오면 승상의 일을 보지 않았다. 그에게 온 사람은 모두 말을 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때면 조참은 갑자기 독한 술을 마시게 하였는데, 틈을 보아서 말을 하려고 하면 또 술을 마시게 하고 결국은 술에 취하여 돌아가게 하였고 끝내 말을 하지 않게 하였는데 늘 그러하였다. 또 다른 사람에게 작은 허물이 보이더라도 이를 덮어 두니 승상부는 무사하였다.
황제인 혜제는 답답하여 조참을 아들을 시켜서 그 이유를 묻게 하였다. 드디어 혜제를 찾아가서 조참은 말하였다. '폐하계서 스스로 살펴보신다면 성스럽게 무력을 사용하시는 점에서 고제와 비교하시면 어떠하십니까?' 또 말하였다. '폐하께서 신(臣)의 능력을 보시건대 소하와 비교하여 누가 더 똑똑합니까?' 혜제는 자기는 자기 아버지 고제보다 못하고 조참은 죽은 소하만 못하다고 대답하였다. 조참이 말하였다.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고제와 소하는 천하를 평정하고 법령을 분명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폐하와 저는 직분을 지키면서 그것을 잃지 않으면 될 것입니다.'
조참은 자기가 먼저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잘 안 것이다. 이렇게 정치 하기를 3년이 되자 백성들은 소하와 조참을 동시에 칭찬하는 노래를 불렀다.
앞의 사람이 한 일을 그대로 준수하는 것이 훌륭한 것임을 아는 살람이 몇이나 될까? 이시대에 들려주고 싶은 조참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