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 이야기 46
무역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유럽과 아시아는 땅은 붙어 있지만 그러나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 100년간은 서양은 우수하고 동양은 낙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가 왕래가 별로 없었다는 전제 아래에서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러할 것이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는 높은 산고 사막이 가로 막혀 있어서 사람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이러한 생각을 고정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할수록 유럽과 아시아는 끊임없이 왕래하였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온다. 그리고 동서양의 왕래에서 가장 중요한 길은 후대에 ‘비단 길 ; 씰크로드’로 알려진 사막의 길이다. 이 사막의 길에는 많은 나라들이 존재하면서 무역과 관계된 이익을 챙기며 살았다. 이 길은 크게는 동서로 세 개의 길이 있고, 이 세 개의 길을 가로로 연결하는 다섯 개의 길이 있어서 무역을 하였다. 수양제의 대운하 개착도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공격을 위한 것만 이라고 하지만 이외에도 거대한 실크로드 선상에서 남북을 잇는 길인 것이다. 또 이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 요동과 평양 신라까지 이어지고 있고 서쪽으로는 지금의 이스탄불(터키)을 거쳐서 로마가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과거의 세계도 세계는 끊임없이 길을 통하여 연락하면서 물자와 지식 그리고 문화를 주고받았다.
후한대의 반초(班超) 서역개척의 뛰어난 인물이다. 서역을 개척하므로 물자의 교류가 많고 그것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안 것이다. 다만 당시의 관념으로 조공(朝貢)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조공에 따른 하사(下賜)가 있으니 무역의 다른 형태인 것이다. 반초는 이러한 길의 확보를 위하여 서역을 끝가지 평정하고자 상소문을 올렸다. 표현은 평정이지만 실제로는 무역을 거부하는 나라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신이 가만히 보건대 먼저 돌아가신 황제께서는 서역을 개척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북쪽으로 흉노를 치고, 서쪽으로 외국으로 사신을 보내셨는데, 선선국, 우전국은 즉시 귀화하였습니다. 지금 구미국, 사차국, 월지국, 오손국, 강거국도 다시 귀부하기 원하며 함께 힘을 합하여 구자국을 파멸시키고 우리 한(漢) 나라로 통하는 길을 평탄하게 하고자 합니다.’
반초가 여기서 지적한 나라들은 모두 지도로 보면 실크로드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후한은 많은 군사력을 동원하여서라도 서방과 교역할 수 있는 이 길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만약에 구자국을 얻게 된다면 서역에서 아직 복종하지 않는 나라는 백분의 1입니다. 전 시대에 논의 하는 자들은 모두 말하기를 36개의 나라를 빼앗는 것은 흉노의 오른 쪽 어깨를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서역에 있는 나라들 가운데 해가 떨어지는 곳에 있는 나라에서부터 우리 한나라를 향하여 귀화하지 않는 나라가 없고, 큰 나라거나 작은 나라거나 기뻐하며 공물을 끊임없이 보내오고 있습니다마는 오직 연기국과 구자국만이 아직 복종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무역로에서 한과 통교하지 않는 나라인 연기국과 구자국을 통교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길이란 아무리 길고 잘 닦여도 한군데라도 막힌 곳이 있으면 그 좋은 다른 길은 무용지물이 되는 수가 있으니 동서무역로에서 방해가 되는 두 나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실로 검증해 보면 총령(蔥嶺)으로 길을 통하게 할 수 있으면 구자국도 정벌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의당 구자국에서 와 있는 시자(侍子)인 백패(白覇)를 그 나라의 왕으로 삼고 보병과 기병 수백 명으로 그를 호송하면서 여러 나라와 군사를 연합한다면 몇 달 사이에 구자왕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적(夷狄)을 가지고 이적을 공격하는 것이 계책 가운데 훌륭한 것입니다.’
지금도 길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제 사회가 움직인다. 정치적 · 사상적인 것을 앞에 내세우고 있지만 길의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 중국 · EU · 러시아의 움직임을 조금만 보면 길의 확보를 위한 노력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철로가 북한을 거쳐서 시베리아로 가야하는 이유가 국가의 번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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