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 이야기 45
북흉노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느 시대나 다른 나라와 교섭하면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교섭하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힘이 있으면 복종시키고, 대등하면 우호를 유지하는 것이고, 힘이 적으면 적당하게 섬기는 방책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책을 쓰는 것은 자신의 안녕과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후한(後漢)도 다른 왕조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북방민족, 특히 흉노족에게 시달려야 했다. 이때에 흉노족도 남·북으로 갈려서 남흉노는 후한과 우호관계를 유지 하지만 북흉노는 후한과 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적대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북흉노에서 후한에 사신을 파견하고, 그 나라의 특산물도 바쳤다. 그러나 변방에서 침략하고 노략질하는 것은 여전하여 변방에는 낮에도 문을 닫아걸어야 했다.
이 상황에서 온 북흉노의 사자를 어찌 대할 것인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정중(鄭衆)은 북흉노에 여러 번 사신으로 다녀 온 전문가여서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정중이 북선우(선우는 흉노의 수장을 뜻하는 말이다.)가 사자를 후한에 보낸 속마음을 분석한 것이다. 첫째로 현재 후한과 남선우의 우호관계를 이간시키려 함이라는 것이다. 남선우는 북선우와는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 후한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으니 이러한 국제관계에서 북선우는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 북선우가 후한에 사신을 보내어 우호관계가 성립되면 남선우와 후한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그것은 북선우가 남선우를 공격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정책은 주변에 있는 많은 작은 나라들이 후한도 별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여 그들을 북선우가 회유 포용하려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북선우에게 회답하는 사신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황제인 명제는 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다시 정중에게 후한의 사자가 되어 북선우에게 가라고 명령하였다. 정중은 과거에 북흉노에 사절로 가서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제가 이번에 가면 기가 꺾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위대한 후한(後漢)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였다. 그러나 황제는 말을 듣지 않고 출발시켰다. 정중은 황제의 명령이라 거역할 수가 없어서 떠나기는 했지만 가면서도 계속하여 이 문제를 놓고 고집스럽게 황제에게 논쟁하였다.
황제는 드디어 화가 나서 정중을 심히 나무라고 사람을 보내어 뒤좇아 가서 잡아다가 정위에게 보내어 가두고 재판을 받게 하였다. 한참 지나서 황제는 정중을 사면하여 벌을 주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쉬게 하였다. 관직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참 뒤에 황제는 정중이 예전에 북흉노에 사신으로 가서 국위를 선양하기 위하여 북선우와 예의(禮儀)문제를 가지고 다투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어 정중이 정말로 국익(國益)을 위하여 자기 한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불러서 군사마(軍司馬)로 임명하였다. 군사마는 군사의 작전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이다.
어느 시대건 국제관계는 국내 문제 이상으로 중요하다. 특히 요즈음처럼 교통이 발달하고, 각종 통신수단이 발달한 시점에서는 국제관계를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하는 문제는 국익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고 정착시키는 문제는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한데, 이제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느냐는 대대로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 싼 6자회담이 그렇고, 남북정상회담이 그러하다. 우리는 아주 중요한 외교적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후한대의 정중 같은 전문가가 정중만큼 고집을 부리며, 국익을 위하여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요즈음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하든지 내 자식을 일류대학에 보내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외교를 맡은 사람 하나가 제대로 못하면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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