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망하는 사람과 흥하는 사람
서기 30년은 후한의 광무제가 후한을 세운지 6년 밖에 안 되는 시점이었다. 광무제가 한제국(漢帝國)을 선포하였지만 선포한 것이 바로 모든 것이 자기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까지도 다른 큰 세력이 남아있었는데, 그것이 공손술(公孫述)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후한의 광무제 유수가 이를 멸망시키고 통일하였지만 아직 통일하기 전에 이미 망할 사람과 승리할 사람은 점쳐지고 있었다.
공손술은 그 당시에 유행하던 참위서(讖緯書)에 나와 있는 당도고(當塗高)를 풀어 보면 자기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또 자기 손 바닥에 공손제(公孫帝)라는 글자를 새겨 놓고 스스로 천명이 자기에게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천명을 받았으니 가만히 있어도 황제의 자리는 자기에게 올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의 기도위인 형한(荊邯)이 호걸들을 초청할 것, 강남지역을 먼저 공략할 것을 건의하였지만 제대로 듣지 않거나 혹은 조금만 반대가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였다.
그 위에 동전(銅錢)을 폐지하고 철전(鐵錢)을 통용시키려 하여, 돈이 돌지 않으니 그 영역 안에서는 백성들이 고통스러워하였다. 또 언필칭 황제라고 자칭하면서 시시콜콜한 문제를 다 간섭하니 공손술은 황제를 칭하면서도 예전에 현령을 지낼 때처럼 현령 같이 일을 하였다. 젊었을 때에 낭관(郎官)을 지내서 실무에 관한 일을 좀 안다고 하여 스스로 황제를 자칭하고 나서 황제가 거동할 때 타는 수레와 깃발 등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말하자면 앞으로 유수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힘을 비축하고 정책을 개발하기에 앞서 겉치장에 열을 올린 것이다.
다시 공손술은 자기의 두 아들에게 왕작(王爵)을 주어 식읍(食邑)을 주었다. 어떤 이가 간언(諫言)하였다. ‘성패(成敗)를 알 수 없는 처지이고, 무사(武士)들은 이슬을 맞고 있는데, 먼저 왕으로 삼아 아들을 아끼니 큰 뜻이 없음을 보이는 것입니다.’ 통 큰 사람이 되어서 자기 희생을 하라는 충고였으나 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유수는 아직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고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서도 백성들에게 불편한 것이면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무릇 관청을 벌려 놓고 관리를 두는 것은 백성을 위하려는 것이다. 지금 백성들이 어려움을 만나서 호구(戶口)가 줄었는데도 관청에 있는 관리직은 오히려 번거로울 정도로 많다. 사예(司隸, 수도치안 책임자)와 주목(州牧)들에게 각기 거느리는 부서에서는 실제 상황을 보아 관리 정원의 숫자를 줄이고 현(縣)이든 봉국(封國)이든 장리(長吏)를 두기에 부족한 곳은 이를 합병하라.’ 이러한 조치로 400여개의 현을 합병하여 줄이고 관리의 숫자도 열 명 가운데 하나만을 남겼다. 관리를 줄이면 세금을 덜 걷어도 되는 것이니 공손술의 정책과는 정 반대인 셈이었다.
유수에게는 재상급의 관리를 어떻게 관리하는 문제가 등장하자, 강풍(江馮)이 말하였다. ‘마땅히 사예교위에게 삼공(三公)을 감독하여 살피게 하여야 합니다.’ 수도치안 책임자에게 재상급인 삼공을 감시하게 하라는 건의였다. 이에 진원(陳元)은 반대하고 말하였다. ‘문왕과 무왕의 성스러운 법도를 이어 받고 조상들의 품덕을 이어 받아 아래 있는 병사들에게 마음을 쓰며 몸을 낮추어 현병한 사람을 대우하셔야 하고, 유사(有司)가 공보(公輔; 재상)을 살피게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유수는 이 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공손술이 어려워져서 주위에서 공손술에게 황복을 권고하자 말하였다. ‘흥망은 천명이다. 어찌 항복하는 천자가 있다는 말이냐?’ 결국 유수의 장수인 오한에게 공격을 받고 죽었다.
유수가 천명을 받은 것인지 반대로 공손술에게 천명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면서 천명을 받았는지 아닌지를 점칠 수는 있다. 천명 받았다하여 하늘이 그 사람 머리에 써 놓기라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행동으로 하늘은 그 뜻을 드러낸다.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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