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황제의 처남 음흥(陰興)과 음식(陰識)
후한을 세운 광무제에게는 원래의 부인으로 음(陰) 귀인이 있었다. 그런데 후한 광무제 건무 9년(서기33년)에 도적들이 음귀인의 어머니인 등(鄧)씨와 그녀의 동생 음흔(陰訢)을 죽였다. 광무제 유수의 입장에서는 장모와 처남이 도적들에게 죽은 것이다. 유수는 아주 가슴이 아팠고, 어떻게든지 처가 사람들을 위로 하고 싶어서 음귀인의 다른 동생인 음취(陰就)에게 선은후(宣恩侯)라는 후작(侯爵)을 주었다. 다시 음취의 형인 음흥(陰興)을 불러서 그에게 작위를 책봉하려고 하면서 작위를 가진 사람이 차고 다니는 인수(印綬; 도장을 묶은 끈)를 그 앞에다 놓았다.
음흥은 굳게 사양하면서 말하였다. ‘신(臣)은 아직도 먼저 적(敵)의 진지를 함락시키는 공로를 세우지 못하였는데, 한 집안에서 여러 명이 나란히 작위와 봉토(封土)를 받는다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쳐다보게 하는 것이니 진실로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음흥은 자기가 작위를 받으면 세상 사람들이 매부 덕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고, 이는 자기뿐만 아니라 그것을 내려 준 광무제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황제 유수도 어찌 할 수 없고, 그의 옳은 생각을 빼앗지 않으려고 작위를 주지 않았다. 이에 음 귀인이 그 연유를 물었더니 음흥이 대답하였다. ‘무릇 외척 집안이 고생하는 것은 겸손하고 물러날 줄 모르는 것 때문이오. 딸은 후왕(侯王)에게 배필로 보내려 하고, 공주를 며느리로 맞아들이려고 곁눈질하는 것은 어리석은 내 마음으로는 실로 불안 합니다. 부귀란 끝이 있는 것이니 사람이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지나치게 사치한 것은 더욱 보고 듣는데서 꺼리는 바가 됩니다.’
이 말을 들은 귀인은 그 말에 감동하여 깊이 스스로를 낮추고 끝내 종친을 위하여 자리를 요구하지 아니하였다. 친정 오빠의 군자(君子)다운 행실은 황제의 귀인을 바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음귀인의 소생은 황태자가 되었고, 음흥은 궁궐을 지키는 책임자인 위위(衛尉)가 되었다.
음흥은 비록 현명한 사람을 예의로 대하였고,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 하였지만 그의 문하에는 유협(遊俠; 일종의 강패)을 두지 않았고, 같은 고향 출신인 장종(張宗)과 또 다른 사람인 선우포(鮮于褒)와는 서로 사이가 좋아 않았지만 그들의 재주를 생각하고 장점을 칭찬하며 황제에게 연결해 주었다. 또 친구인 장사(張汜)와 두금(杜禽)은 음흥과 잘 지냈지만 겉으로 화려하고 실속이 적어서 개인적으로 재물을 가지고 도와주었지만 끝내 황제에게는 말해 주지 않았다. 이러한 일로 세상에서는 그의 충성스러움을 칭찬하였다.
또 다른 형제인 음식(陰識)은 집금오(執金吾)라는 직책을 맡았는데, 후덕하고 충직하여 토론 할 적에는 올바른 말을 하였지만, 집으로 찾아온 빈객들과 나라의 일에 대하여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처남을 둔 광무제 유수는 이들을 존중하였다. 다시 20년 쯤 지나서 건무 28년(서기 52년)에 태자의 스승을 누구로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광무제는 처남인 음식에게 맡기고 싶었고, 여러 신하들은 이를 눈치 채고 모두 음식을 추천하였다. 그런데 박사인 장일(張佚)이 반대하고 나섰다. ‘폐하께서 지금 태자를 세우신 것이 음(陰)씨를 위해서 입니까? 천하를 위해서 입니까? 음씨를 위한 것이라면 음후(陰侯 ; 원록후인 음식)가 좋습니다. 천하를 위한 것이라면 진실로 마땅히 현명한 인재를 채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황제 유수는 이 말을 받아서 다른 사람으로 태자의 스승이 되게 하였다.
우리 주변에서 똑똑한 사람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똑똑한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이 더 중요하다. 내가 똑똑하지 못하다고 하여도 그를 돕는 사람이 될 수는 있을 터이다. 그런데 똑똑한 사람을 돕기는커녕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볼 일이다.(다음에 계속)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