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유수(劉秀)의 논공행상
후한의 광무제인 유수(劉秀)는 왕망이후에 일어났던 반란 세력을 하나씩 정리하고 한(漢)왕조를 부흥하고, 조금 안정되자 그 동안 고생하며 공로를 세운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하는 상을 주어야 했으니, 이른바 논공행상이었다. 유수가 황제에 오른 지 두 번째 해가 되는 건무 2년(서기 26) 정월 17일의 일이었다.
첫 번째로 군사적 공로가 많은 등우(鄧禹)와 오한(吳漢)에게 각각 네 개의 현(縣)을 식읍으로 주었다. 네 개 현에서 나오는 조세(租稅)를 대대로 받을 수 있는 상(賞)이었다. 이를 본 박사 정공(丁恭)이 논리적으로 반대 하였다. ‘옛날 제후를 책봉할 때에 준 식읍이란 사방 1백리를 넘지 않았는데, 이는 줄기인 중앙 황실을 튼튼히 하고, 지방에 있는 제후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번에 네 개의 현을 식읍으로 준 것은 법도에 맞지 않습니다.’
황제인 유수가 말하였다. ‘옛날에 나라가 망한 것은 무도(無道)하였기 때문이지 공신(功臣)들에게 준 봉지가 많아서 멸망했다는 말은 못 들었소.’ 한마디로 일축하고, 국가를 유지하는 기본이 법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일깨워 주었다.
다음으로는 유수의 처남인 음식(陰識)에 대하여 상을 줄 순간이었다. 군사적 공로로 보아 마땅히 작위를 올려 주고 식읍도 늘려 주어야 했지만 음식은 머리를 조아리며 극구 사양하였다. ‘천하가 처음으로 평정 되었으니, 공로를 세운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제게 상을 주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 합당한지 아니한지를 모두 한 번씩 계산해 봅니다.’ 유수도 이 의견에 따라서 더 이상 처남인 음식에게는 상을 주지 않았다. 황제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조그만 잘 못이라도 온 천하에 드러나게 되어 있으므로 이를 막은 것이다.
다음에는 제장(諸將)들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하여 다 주었지만 정침(丁郴)만은 자기의 고향 시골로 책봉해 달라고 하였다. 겸손한 태도였다. 역시 그대로 해 주었다. 그 나머지 일은 낭중 벼슬을 하고 있던 풍근(馮勤)에게 일임하였다. 풍근은 공신들의 공로를 헤아리고, 봉지로 줄 봉지가 중앙에서 먼지 가까운지, 풍요로운지 척박한지를 하나하나 헤아리며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하니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풍근을 유능한 사람으로 본 황제 유수는 행정부서인 상서의 모든 일을 총괄하게 하였다. 이 상서랑 자리는 오래 상서성에서 영사(令史)노릇을 한 공신들에게 주는 것이 관례였으나, 유수는 후한을 세우는데 공로를 세우지 않은 효렴과(孝廉科)라는 과거(科擧) 출신자를 기용한 것이다.
그 후에도 유수는 후한을 건국하는데 공로를 세운 사람들 가운데 작위는 높여 주었으나 관직을 높여 준 일은 별로 없었다. 전투에서 공로를 세우면 그에 적응한 작위를 주면 되었지, 권력을 쥐는 관직까지 줄 수는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그것은 군공(軍功)을 세운 당사자를 살리는 길이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길이었으니, 그래서 후한의 공신 가운데 비명횡사(非命橫死)한 사람이 없었다.
전한(前漢)을 세운 공신 가운데 자기 목숨을 끝까지 한 사람은 소하(蕭何)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던 일과 그 후에도 매 시대마다 나라를 세운 많은 공신들이 높은 작위와 높은 관직을 두루 가지다가 끝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여 불행하게 된 예가 얼마든지 있는 것에 비하여 유수의 논공행상과 관직제수는 확연히 달랐다.
오늘날에도 선거가 있을 적마다 선거에 공로를 세운 사람들에게 걸맞지 않는 관직을 주고받았다가 불행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아 왔다. 이번에도 그럴까 적이 걱정스럽다. 이러한 일은 관직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그리고 그 통치를 받아야하는 온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처사이다. 이것을 유수는 무도(無道)하다고 한 것이다.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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