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용감함과 먼 안목을 가진 유수
전한의 왕망 말기에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나니, 왕망은 이를 토벌하려고 전국 주와 군에서 군대를 모집하여 43만 명이나 모았으며 겉으로는 1백만 대군이라고 하였다. 왕심 등이 이끄는 이 토벌군의 행렬은 1천리에 이어졌다. 군수물자와 군인, 깃발이 온통 뒤덮였다. 한편 왕망에 반대하여 일어난 군대들은 두려워서 벌벌 떨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나누어 가지고 각자 흩어져 버리자고 하였다.
이때에 후한을 일으킨 유수(劉秀)가 말하였다. ‘지금 우리는 양식과 군사가 다 적지만 왕망이 보낸 적들은 많고 강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개별적으로 흩어진다면 결국 개별적으로 잡혀서 죽게 되고 나누어 가진 재물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단결하여 싸우면 승리하여 공명도 세울 수 있고 재물도 지킬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여러 장수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피식거리며 비웃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해져서 왕읍 등의 군대가 코앞에 닥치니 할 수 없이 유수에게 일을 맡겨 보기로 하였다.
왕읍은 전진하면서 가는 도중에 있는 성이란 성은 모조리 쳐부수며 가고자 하였다. 곤양성이 닥쳤는데, 견고한 성이었다. 여러 장수들은 왕읍에게 이 성을 비켜 지나가서 본거지를 습격하자고 하였지만 왕읍은 말하였다. ‘백만 명의 군대로 이 작은 성 하나를 이기기 힘들다고 비켜 지나가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고 곤양성을 몇 십 겹으로 포위하고 공격했다. 나중에는 성안에서 항복을 받아 달라고 청하였지만 왕읍은 조금만 더 공격하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못 들은 척 하였다.
이때 다른 장수가 말하였다. ‘적을 공격하는데도 도망할 길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한 두 명이라도 도망하기 시작하면 성안에서는 공포의 도가니가 될 것입니다. 지키는 사람들이 공포 속에 들어가면 성은 바로 무너집니다.’ 그래도 왕읍은 완전히 다 죽여 버리려고 철통같이 포위망을 치고 있었다.
이 사이에 유수는 밖으로 몰래 빠져 나아가 저항군을 지휘하였다. 왕읍은 이들을 쉽게 격파할 것으로 생각하고 부대를 여럿으로 나누어 놓고 명령을 내렸다.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 한 부대가 유수와 싸움이 벌어졌는데, 이웃하는 군대는 뻔히 자기편이 지는 것을 알면서도 왕읍의 명령이 무서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왕심은 죽고, 왕읍의 백만 대군은 10만의 유수군에게 완전히 패배하고 겨우 몸만 빠져서 달아났다.
유수는 또 언(鄢)과 정릉(定陵)에서 여러 군영의 군사를 징발하였다. 여러 장수들은 그동안 모아 둔 재물이 아까워서 이것을 나누어 갖고 지키고 싶어 하였다. 그러자 다시 말하였다. ‘만약에 적을 깨뜨리면 진귀한 보배는 지금의 만 배나 될 것이지만 이 상태로 가다가 패배하면 목숨도 없어질 판에 재물이 무슨 소용이요.’ 결국 이들을 설득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이야기는 후한을 세운 유수의 성공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논리이다. 조그만 것을 지키려고 하다가는 있는 것도 잃는다는 원리이다. 죽기를 다하여 나아간다면 불가능할 것 같이 보이는 것도 성공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금년에는 대통령을 뽑는 해이다. 벌써부터 태통령을 꿈꾸면 칼날을 갈고 있는 사람들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모여 앉기만 하면 네 편 내편 나누어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조차 있다. 그러나 선거캠프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면 핏대를 올리고 목청을 돋울 필요가 없다. 마치 남의 바둑 구경 하듯이 누가 죽기 살기로 덤벼드느냐? 누가 더 지혜가 있느냐를 볼 뿐이다.
당장 세력이 크다고 끝에 가서 이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지난 선거에서 경험했다. 그런데 그 경험은 불과 5년 전 일인데, 똑같은 양상이 벌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스로는 왕망의 부하 왕읍과 같지 않다고 하면서도 하는 짓거리는 왕읍과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유수 같이 먼 곳을 보고 목숨을 바칠 각오로 국가와 국민을 위할 사람이 이길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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