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속이는 것이 유일한 정책인 왕망
서기 18년은 왕망이 한(漢)을 빼앗은 지 10년이고, 5년 뒤에는 망하게 도닌 해이다. 왕망은 속이는 수법으로 한나라를 빼앗아서 신(新)왕조를 세웠지만, 실제적으로 백성들에게 호감 가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 기껏 개혁한다고 해 보았자 유가경전에 의거한다고 하면서 관직명을 바꾸는 것이고, 하다못해 이웃하는 ‘고구려’의 국호에 높다는 의미의 고(高)자가 들어간다 하여 이를 ‘하(下)구려’로 바꾸는 등이었다. 이러한 짓거리는 요란하기는 하지만 실제 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결국 사방에서 도적이 일어나고 반란 세력이 일어나니 실제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은 어떻게 속여 볼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달력을 관장하는 태사(太史)에게 3만 6천년을 추산해서 달력을 만들고, 6년에 한번 씩 연호를 바꾸어 천하에 널리 알리라고 하였다. 또 ‘나는 황제(黃帝)처럼 신선이 되어서 하늘로 승천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백성들과 도적들을 속여 도적을 해산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비웃을 뿐이었다.
또 특이한 기술을 갖고 있어서 북방의 흉노족을 공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하였다. 이런 사람은 순번이나 지위에 구애 받지 않겠다고 하니 지원자가 1만 명을 넘었다. 그 가운데는 배가 필요 없이 물을 건너겠다는 사람이 있고, 말들의 머리와 꼬리를 잇게 하여 100만 명의 군사를 호송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또 어떤 이는 한 말의 양식도 안 가지고 약물만 먹으면 배가 안고프게 한다고도 하였다. 또 하루에 1천리를 날아가서 흉노를 정탐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왕망은 이 사람의 재능을 시험해 보려고 하였다. 이 사람은 큰 새의 깃털을 가지고 날개 두 개를 만들어서 머리와 몸에 붙이고 고리와 끈으로 조종하였는데, 수백걸음을 날아가다가 떨어졌다. 근본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왕망도 그 기술을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른 바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들의 기술을 부풀려 선전하여 명성을 얻으려고 이군(理軍)이라는 직책을 마련하여 그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실제로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을 다만 자기의 군대에 대단한 무기나 기술이 있다고 속이려는 생각만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한 흉노를 정벌하러 간다면서 엄우와 왕단을 파견하여 흉노 왕인 여(輿)를 죽인 뒤에 장안에 와 있던 흉노출신 수복당이라는 사람을 흉노의 선우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마차가 일렬로 도열하여 서쪽을 향해 서 있고 아직 출발하지 않은 상태였다. 본래 지략 있는 장수인 엄우는 이러한 짓거리가 소용없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흉노는 나중에 처리해도 좋으니 우선 산동지방의 도적을 걱정하십시오.’라고 건의하였다. 왕망은 크게 화를 내고 엄우를 면직시켜 버렸다.
이렇게 알맹이는 없고, 겉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 백성과 이웃을 속이려는 정책은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었다. 결국 5년 뒤에 왕망은 비참한 최후를 맞고, 중원지역은 다시 유수에 의하여 통일되어 후한이 된다.
왕망의 이야기를 읽을 적에 누구나 세상을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크건 적건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알맹이는 없이 그럴 듯하게 겉만 번지르르 하게 만들어 속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이 보이면 왕망의 신(新)과 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다.
그동안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에게 많이도 속아 온 우리다. 금년은 대통령을 뽑는 해인데, 또 얼마나 겉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우리를 속이려 들까? 이제 그만 속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왕망 같은 거짓말로 포장하는 사람만은 절대로 다시 등장하게 해서는 안 되는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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