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거짓으로 황제가 된 왕망
전한 말기에 왕망이 권력을 점점 잡아 갔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지만 한나라는 유방이 세운 유(劉)씨만이 황제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황제에 오를 길이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왕조를 탄생시키려면 이에 상응하는 실제적인 업적이나 공로가 있어야 했지만 실질적인 업적도 없는 왕망이었다.
왕태후가 권력을 친정식구에게 주려고 하다가 선택된 것이 왕망인데, 그는 끝내 평제를 독살하고 일부러 두 살짜리 어린 아이 유영(劉嬰)을 황태자로 세워 유자(孺子)라고 하면서 자기 스스로 주(周)나라의 주공과 같이 어린 유자를 잘 보필하여 정치를 잘하겠으며 유자가 20살에 되면 관례를 치루고 정치를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왕망의 속셈을 알아챈 적의(翟義) 같은 사람들이 군사를 일으켜서 왕망에 대항하였다. 그러자 왕망은 거짓으로 끝까지 한나라를 지키겠다고 기도를 하면서 설득하여 간신히 무마한다.
그리고 자기를 위하여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수백 명에게 무더기로 작위를 주어 자기의 지지 세력으로 삼고자 하였다. 한편으로 각지에서 상서(祥瑞)로운 일들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으니 출세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투어 기이한 일들을 보고하였다. 그 가운데는 돌로 만들어진 소가 발견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신비로운 돌이 발견되었다고 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모두를 가지고 하늘의 뜻이라고 하면서 ‘가황제(假皇帝)’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황태후에게 요청하였다.
그러자 본래 행실이 좋지 않고 허풍 치기를 좋아하던 애장(哀章)이란 사람이 구리로 궤짝 두 개를 만들어 각각 봉해진 문서를 넣어 두었다. 그 중 하나에는 ‘천제(天帝)가 사용하는 옥새의 금궤도’라 쓰고, 다른 하나에는 ‘적제(赤帝)의 도장을 어떤 사람이 황제에게 전하는 금책서(金策書)’라고 써 두었다. 이는 하늘의 황제가 사용하는 옥새를 주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자기를 도와 황제에 오르게 한 적제(赤帝)의 도장을 전하겠다는 말린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왕망이 진짜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비롯하여 그를 도울 사람들의 명단과 직위까지 기록하고 애장은 슬쩍 자기 이름도 끼워 넣었다. 그리고 노란 옷을 입고 밤중에 고조의 사당에 갔다 두었다.
왕망은 사당에 가서 이것을 열고 제사를 지내며 신으로부터 선양을 받고 태황태후에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면서 자기가 진짜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상소문을 올렸다. 이때에 유자는 황태자에 임명되었지만 아직은 황제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옥새는 태후가 기거하는 장락궁에 있었다. 태후는 왕망이 나라를 보필하겠다는 의사가 아니고 나라를 들어 먹겠다는 속셈을 겨우 알아차리고 옥새만은 내주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왕망의 심부름으로 온 왕순은 화를 내는 태후에게 말하였다. ‘왕망은 반드시 이 옥새를 얻으려고 할 것인데 태후께서 어찌 끝까지 그에게 내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태후는 화가 나서 옥새를 내 던지며 ‘나 같은 늙은이야 이내 죽겠지만 왕망은 끝내 우리 형제와 종족을 주멸시킬 것이다.’라고 하였다. 친정조카 왕망을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한 왕태후의 마지막 비명이었다.
이렇게 뺏은 왕조는 이제 모든 것을 개혁하여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신(新)’이라는 국호를 사용한다. 그러나 새롭게 한다는 것은 구호뿐이었다. 요란스럽게 관청명칭을 바꾸거나 지명을 바꾸었고, 심지어는 이웃나라인 고구려라는 국호에는 높다는 의미의 고(高)자가 들어간다고 하여 왕망은 하구려(下句麗)라고 부르기 까지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고쳐진 것은 없었다.
역사에서 많은 왕조가 없어지고 새로 세우는 일이 많지만 나라를 세우는 사람은 실질적인 업적이나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고 왕망처럼 거짓으로만 나라를 빼앗은 사람은 없다. 결국 왕망은 15년 만에 유수의 후한에게 멸망되고 자기는 물론 자기 종족까지 멸망하게 만든다. 새해다.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왕망 같은 사람만 뽑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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