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흉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한 말기 애제(哀帝) 때에 황제인 애제는 병약하고, 황태후인 부(傅)태후는 자기를 높이 불러 달라고 성화였다. 이러한 속에서 북방에 있는 흉노문제는 항상 골치 아픈 일이었는데, 마침 흉노의 우두머리인 선우가 다음해인 건평 5년(기원전 3년)에 한나라에 들어와서 조현(朝見)하겠다고 하였다.
이 소식을 듣자,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흉노는 황하 상류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그 기세가 사람을 압도합니다. 황룡(黃龍)과 경령(竟寧) 연간에 선우가 중국에 입조(入朝)하였는데, 갑자기 커다란 변고가 있었습니다.’ 이 말은 기원전 49년인 황룡원년 1월에 흉노가 입조하였는데, 그 해 12월에 선제(宣帝)가 죽었고, 경령원년(기원전33년) 1월에도 흉노가 입조하였는데, 그 해 5월에 원제(元帝)가 죽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까 흉노가 입조하면 불길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흉노의 입조를 거부하자는 뜻이었다. 그 위에 흉노가 입조하게 되면 그 경비가 만만치 않으니 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 좋겠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국제 관계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 황문랑인 양웅(揚雄)이 간하는 글을 올렸다. ‘신이 듣건대 육경(六經)에서 이르기를 세상을 잘 다스리는 방법이란 아직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에 잘 다스리는 것이 귀하다고 하였으며, 병법에서도 승리란 전투하지 않고도 이기는 것이 가장 귀하다고 하였는데, 이 두 가지는 미묘하지만 큰일을 하는데 근본적인 일이니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 흉노를 다루가기 얼마나 어려운가를 누누이 설명하였다. 진시황제가 아무리 강성하여도 흉노가 사는 지역인 서하를 넘지 못하였고, 한나라의 고조도 30만 대군을 가지고도 평성이라는 작은 성에 갇히어 곤욕을 치렀지마는 이러한 곤욕을 영구히 없애려고 만년이나 갈 계획을 세워서 수십만 명의 군대를 기른 다음에 흉노를 공격하여 흉노의 귀족을 100여명이나 잡아오자 그들이 화평하기를 청하였다는 말까지 하였다.
그리고 ‘예전시대라고 하여 어찌 끝없이 들어가는 비용을 기꺼이 감당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부리면서 말똥 태우는 것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가서 싸웠겠습니까? 한번 수고를 하지 않고는 영구히 편안할 수가 없고, 잠깐 돈을 쓰지 않으면 영원히 편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참으면서 굶주린 호랑이를 꺾으려고 100만의 군사를 가지고 창고에 있는 재물을 운반하여 깊은 산골짜기에다 집어넣고도 후회하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계속하여 북쪽에 있는 오랑캐가 복종하지 않으면 중국에서는 베개를 높이 베고 편안히 잠잘 수가 없으며, 유화정책으로 일시귀순한 일도 있었지만 겨우 기미(羈縻)하는 정도였다고 말하였다. 결론적으로 ‘아직 복종하지 않았을 때에는 군사를 수고롭게 하더라도 멀리까지 나아가서 공격하여야 합니다. 나라를 기울여서 재물을 다 써버리고 엎드려 죽고 피를 흘리면서라도 굳게 닫은 성을 깨뜨리고 적을 격파해야 하고, 복종한 다음에는 위로하고 접대하며 위엄과 의를 가지고 굽어보고 올려 보면서 접대해야 합니다.’
양웅의 이 흉노 정책은 우선 힘으로 제압하고, 그 다음에 자비를 베푸는 것이 순서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복종해 오면 너그럽게 받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흉노의 선우가 입조하겠다고 한 것은 복종해 온 것이므로 받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 사건은 양웅의 이 의견에 따라서 선우에게 입조를 허락했지만 그 때 선우도 아파서 또 연기되었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대외관계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승리의 길은 힘을 비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고 힘이 없이 행동하는 것은 비굴한 것이 된다. 한반도에는 북쪽에서 핵실험을 하여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남한에는 핵무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란 북쪽에게 복종할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다. 정말 북쪽에 복종하면서 그들의 요구대로 따라갈 것인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신없는 사람들이 많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