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재상에게 책임을 돌리고 죽은 성제
전한 성제 수화 2년은 기원전 7년이다. 이때에 전국에는 이상한 재앙이 있었고, 변고도 자주 일어났다. 그런데 하늘의 별자리의 심수(心宿)에 형혹(熒惑)이라는 별이 들어가 있었다. 사람들은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믿었다.
이때에 승상부에 근무하는 관리인 이심(李尋)이라는 사람이 재상인 적방진(翟方進)에게 편지를 보냈다. 재앙과 변고는 다가오고, 결국 하늘에서 나무라는 벌이 내릴 것인데 누군가는 이 책임을 져서 하늘의 노여움을 막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재상인 적방진도 걱정하였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황제인 성제도 재상 적방진을 불러서 이야기를 했고 다시 책망하는 편지를 내렸다. ‘그대를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싶지만 아직은 차마 그렇게 못하고 있소. 상서령으로 하여금 그대에게 좋은 술10석(石)과 살진 소 한 마리를 내려 주게 하였소. 그대가 알아서 잘 처리하시오.’ 결국 제물(祭物)을 내려 주니 자살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적방진은 그날로 자살하였다. 성제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장사지내는데 필요한 온갖 화려한 것들을 다 내려 주었고 친히 조문도 갔다.
이 사건을 보고 사마광은 옛일을 들어서 그 부당함을 말하고 ‘적방진이 죽을죄를 짓지 않았는데 그를 죽여서 커다란 변고를 감당하게 한 것이라면 이는 하늘을 속이려고 한 것이다.’라고 하고 ‘장례를 후하게 치렀다는 것은 사람들을 속인 것’인데, 이처럼 ‘하늘을 속이고 사람을 속였는데 끝내는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성제가 죽었다. 성제는 평소에 건강하였다. 그리고 죽는 날 저녁에도 좌장군인 공광을 승상으로 삼고자 하여 이미 그에게 줄 도장도 다 새겨 놓고 임명장도 다 써 놓았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을 적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었지만 새벽에 바지를 입고 일어나려다가 옷을 떨어뜨리고 말을 못하게 되었고, 얼마 있지 않아서 죽은 것이다.
별안간에 황제가 죽자 그동안 황제 옆에 있던 조(趙)소의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그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였다. 황태후는 대사마인 왕망에게 조서를 내려서 모든 어사와 승상 그리고 정위에게 황제가 어떻게 기거하였고, 어떻게 병이 났는지를 철저히 조사를 하게 하였다. 조소의는 자기를 제거하려는 것을 알고 자살하였다.
결국 아무 죄 없는 적방진을 자살하게 하여 다가 올 화를 면하려고 하였던 성제는 아무런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자신도 죽은 것이고, 이 때문에 다시 황제의 죽움과는 상관없이 애꿎은 조소의도 자살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어리석은 짓거리였다.
당시에 성제는 주색에 빠졌었고 또 조소의는 궁궐에서 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외가인 왕(王)씨는 조정을 멋대로 농단하였다. 이러한 짓거리를 하는 사이에 세금은 자꾸 걷어 들이고 수리시설을 고치지 아니하니 비만 오면 홍수가 났고, 조금만 비가 안와도 가뭄이 들게 되어 있었으니 정치를 잘못하여 재앙을 불러 온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권력의 핵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겨우 재상이라는 이름만 유지한 적방진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한 것이었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하기가 쉽지 않다. 되도록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하여 다른 사람 탓을 하려고 한다. 아버지가 재산을 많이 남겨주지 않아서 가난하다고 한탄하는 아들이 있고, 사회가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사회를 나무란다. 이런 식으로 남편은 아내 탓을 하고 아내는 남편 탓을 하고, 아우는 형 탓을 하고 형은 아우 탓을 하며 얼굴을 붉힌다. 이것이 별안간에 죽은 성제의 태도와 다를 것이 없다. 어려운 일이 닥치거든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 고칠 것을 찾아보라는 성현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필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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