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후계자가 되려는 유흔(劉欣)
후계자는 다음 시대를 이을 사람이다. 요즈음도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최고의 자리를 이을 수 있는 후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고, 또 최고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자기 뒤를 이을 사람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 일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큰 재벌회사에서는 회장 자리를 놓고 후계자가 되고자 경쟁하고,
나라에서는 다음 최고통치자가 되고자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오늘날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얼마 안 있으면 왕망에게 나라가 망하게 되는 한(漢)나라 후기의 성제(成帝) 때에도 있었던 일이다. 특히 성제에게는 후사가 없었으므로 그에 가까운 친척들은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 가운데 성제와 가강 가까운 사람이 중산왕인 유흥(劉興)과 정도왕인 유흔(劉欣)이었다.
이 두 사람이 모두 장안에 와서 성제에게 조근(朝覲)하였는데, 두 사람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중산왕인 유흔은 조근하러 오면서 스승인 태부(太傅)만을 데리고 왔는데, 정도왕 유흔은 태부뿐만 아니고, 실제로 정도국의 정치를 담당하는 재상과 호위를 담당하는 중위(中尉)까지 데리고 왔다.
성제는 정도왕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정도왕 유흔은 대답하였다. ‘영(令)에 의거하여 보면 제후왕이 조근할 때에는 그 나라의 2천석의 녹질을 받는 관리를 따르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태부와, 중위, 재상은 모두 2천석의 녹질을 받는 관리이므로 모두 따라오게 하였습니다.’ 성제는 다시 그에게 <시경(詩經)>을 암송해 보라고 하자 그는 익히 외우고 또 설명까지 하였다.
성제는 다른 날에 중산왕인 유흥을 불러서 물었다. ‘태부만 따라오게 하였는데, 무슨 영(令)에 근거한 것인가?’ 이에 대답을 못하였다. 또 <상서(尙書)>를 암송해 보라고 하였으니 역시 외우지 못하였다. 다시 성제는 유흥에게 식사를 내려 주었다. 유흥은 배부르게 실컷 먹고 수저를 놓았는데, 일어 날 때 보니까 버선 끈이 풀어져 있었다. 마음 놓고 실컷 먹은 셈이었다. 이를 본 황제는 중산왕 유흥은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 한편 정도왕의 할머니인 부(傅)태후가 정도왕을 따라서 조근하였는데, 사사롭게 당시의 황후인 조후(趙后)와 조(趙)소의 자매, 그리고 권력을 쥐고 있는 표기장군 왕근에게 뇌물을 듬뿍 주었다.
조황후와 조소의 그리고 왕근은 황상에게 아들이 없는 것을 보고 스스로 미리 인연을 맺어두어야 성제가 죽은 다음의 일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장구한 계획 하에 정도왕을 칭찬하며 황제의 후사로 삼으라고 권고하였다. 황제도 또한 정도왕 유흔이 재주도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위하여 관례(冠禮)를 치러주고 그의 봉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 나이는 17세였다.
다음해에 드디어 후사를 결정하게 되어 논의에 부쳤다. 적방진과 왕근, 염포, 우박은 모두 말하였다. ‘정도왕은 폐하 동생의 아들이며, 예법을 보면 형제의 아들은 친 아들과 같아서 후사를 잇는 사람이 바로 그 아들이 된다고 하였으니, 정도왕을 후사로 삼아야 합니다.’ 공광은 달리 대답하였다. ‘후계자를 세울 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세운다고 하였고, 중산왕 유흥은 폐하의 친동생이니 그를 후사로 삼아야 합니다.’ 친 동생을 삼을 것인지, 조카를 삼을 것인지의 문제였지만 결국 조카인 유흔을 태자로 삼았다.
후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한번 음미해 볼 사건이다. 다음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금에야 제왕이 지명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이 투표를 하여 뽑는데,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누구일까? 그리고 시경이나 상서는 그만 두고라도 상식문제 하나라도 한번쯤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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