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마이동풍인 성제
전한 성제(成帝)가 지나고 나서 바로 애제(哀帝), 평제(平帝) 그리고·유자영(孺子嬰)으로 이어지는 세 사람의 황제가 있었지만 15년만 명맥을 유지했을 뿐, 왕망(王莽)이 한(漢)나라로부터 선양을 받아 신(新) 왕조를 세우고, 전한은 망한다. 사실 애제, 평제가 있었다고 하여도 이미 성제 때에 등장한 왕망에 의하여 권력은 왕망에게 넘어 가 있었으니 성제 때에 한왕조는 본격적으로 기울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성제는 원래 우유부단하였지만 그 위에 여색(女色)에 빠져서 조비연을 황후로 올리더니 시들해지자 다시 그 여동생을 소의로 올려주는 짓을 했다. 또 조비연은 뒷방으로 물러나서 시랑(侍郞)이나 궁노(宮奴)들과 간통을 하였는데도 이를 간언하는 사람을 죽였다. 바보라고 해야 할지 독재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만 하였다.
이러하니 그 시대엔들 어찌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겠는가? 빗발치게 상소문을 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먼저 성제가 자기가 죽으면 들어갈 무덤을 아주 사치스럽게 만들고 있었던 것에 대한 상소문이 올라갔다. 그 지역에 살던 백성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3년 동안이나 공사를 해도 마무리 되지 않았으니 이를 보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상소문을 안 올렸겠는가? 하여간 유향(劉向)이 간절하게 상소문을 올리자 겨우 이를 중지시켰다.
또 성제에게는 후사(後嗣)가 없자 귀신이나 방술을 좋아하였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벼슬을 주었고, 그 수도 많았고 따라서 제사지내는 비용도 많이 들었다. 곡영(谷永)이 그런 것에 현혹되지 말라고 상소문을 올렸더니 좋게 생각은 하였다.
매복(梅福)이란 사람도 상소문을 올렸다. ‘선비란 국가가 중히 여겨야 할 그릇입니다. 선비를 얻게 되면 국가는 힘을 얻고 선비를 잃으면 국가는 가볍게 됩니다. 춘추시대에 유명한 제환공을 구구단을 가지고 알현하고자 하여도 그를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뵙자고 하여도 세 번이나 거절하셨습니다.’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가 잘 되고 못되는 것은 인재를 얼마나 잘 골라서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일터. 사람을 채용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쓸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자기의 눈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이른 바 ‘코드’라는 것을 선호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하던가?
매복은 계속하여 말하였다. ‘지금 폐하께서는 천하 사람들의 언론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주륙하였습니다. 무릇 솔개와 까치 같은 나쁜 새들이 해를 입게 되면 좋은 새들도 점점 멀리 가버립니다. 또한 어리석은 사람들이 주륙을 당하면 지혜 있는 선비들은 깊숙이 물러나 버립니다. 최근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상서하였다가 대부분 급하지 않은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한 법률에 저촉되어 정위에게 보내져서 죽은 사람이 많습니다.’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성제는 이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가 죽은 15년 뒤에는 200년 내려오던 한 왕조는 멸망하고 만다.
요즈음도 앉으면 나라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다. 국방문제에서 경제문제, 교육문제에 이르기까지 나이 살이나 먹은 사람이면 하나 같이 자식들 세대, 손자들 세대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걱정한다. 그리고 기회가 있으면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할 말을 하고자 한다.
그리해 보았자 정책 당국자는 마이동풍인 것 같다. 오히려 말하는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한 것이라고 탓하고 있다. 8급 바둑 실력인 사람이 9단 실력을 가진 사람의 바둑돌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아무런 경험과 경륜 없이 그저 기분만 가지고 일을 하면서 고집불통이라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 성제 생각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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