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164 article Join Login
 
<제67화> 처(妻)도 지키지 못하는 황제

                               
후한의 헌제는 황제의 자리를 조조의 아들 조비에게 바쳤기 때문에 헌제(獻帝)라고 하였지만 황제의 자리에는 30년간이나 있었다. 황제로써 30년간 황제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전한시대의 14명 황제 가운데 20년 이상 황제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겨우 네 명이고 30년 이상 재위한 사람은 무제(武帝) 한 사람이며, 후한 시대에는 창업군주인 광무제 유수(劉秀) 외에는 없다. 그러한 점에서 헌제는 황제의 자리를 아주 오래 지킨 사람에 속한다.
그러나 황제의 자리를 오래 지킨다고 좋을 것인가? 아마도 자리는 지켰을지 몰라도 황제노릇을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조조가 권력을 잡으면서 도읍지였던 낙양을 버리고 헌제를 허(許)로 옮겼고 황제의 최 측근에서 시중을 들고, 호위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조조의 사람으로 채었다. 혹여 황제의 곁에 있다가 황제가 안 되었다 싶어서 황제를 위하여 건의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조는 바로 죽였다. 그 사람이 바로 조언(趙彦)이었다.
그래도 황제의 자리는 대단하였다. 한 번은 조조가 겉으로라도 예의를 보이려고  궁으로 황제를 알현하러 들어갔었다. 그때 황제는 조조에게 ‘은혜를 내려서 나를 그냥 내버려 두시오.’라고 하면서 죽이지 말라고 부탁을 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조조는 황제를 알현하면서 등에 땀이 흘렀다. 왜냐하면 삼공(三公)이 황제를 알현할 때면 호분(虎賁)무사들이 칼을 쥐고 좌우에서 끼고 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조는 궁궐에도 자기편으로 쫙 깔아 놓았지만 무사들이 칼을 쥐고 자기를 끼고 들어갔고, 좌우에 죽 늘어 선 상황에서는 겁을 냈던 것이다. 그 후로 조조는 다시는 황제를 알현하러 들어가지 않았다.
조조는 황제의 귀인(貴人)의 아버지인 동승(董承)을 죽이고 귀인에게 자살하라고 하였다. 황제는 귀인이 임신하였으니 살려 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황제가 자기 처(妻)조차 살리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본 황후 복(伏)씨는 두려웠다. 기댈 곳을 친정아버지뿐이라고 생각하여 아버지 복완(伏完)에게 조조를 도모하여 달라고 부탁하였지만 복완은 용기가 없어서 발동하지 못하였고, 드디어 이 일이 누설되었다.
조조는 화를 냈다. 드디어 어사대부 치려(郗慮)를 시켜서 황후의 인새(印璽)와 인수(印綬)를 거두게 하니, 이제 황후가 아닌 셈이다. 다음으로 상서령 화흠(華歆)으로 하여금 군사를 챙겨서 황후를 체포하게 하였다. 황후는 벽장 속에 숨었지만 화흠은 문을 부수고 황후를 끌어냈다. 이때에 황제인 헌제는 외전(外殿)에 있었는데, 황후가 머리를 풀어 헤친 채로 맨발로 황제 옆은 지나가면서 황제와 결별하였다. ‘다시 살수 없습니까?’ 황제가 말하였다. ‘나 역시 생명이 언제까지인지 알지 못하오.’ 다시 치려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치공(郗公)!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소?’
모두 부질없는 대화이며, 항의였다. 마침내 황후를 폭실(暴室)로 보내어 유폐(幽閉)시켰다. 폭실은 궁중에서 병에 걸린 여자들을 관리하는 곳이며, 황후나 귀인도 죄를 지으면 이곳으로 보내도록 되어 있는데 황후는 끝내 이곳에서 죽었고, 그가 낳은 아들 두 명의 황자(皇子)도 짐독(鴆毒)으로 살해 되었고, 그 형제와 종족으로 죽은 사람은 100여명이었다.
조조(曹操)가 악한 것인가 황제가 무능한 것인가? 조조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미 일은 물러 설 수 없는 자리에 와 있다. 그렇게 권력을 쥐고도 황제를 알현하러 들어가서 등에 식은땀을 흘리는 정도로 적(敵)을 의식하여야 했다. 다시 2인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위치가 되었다. 관성(慣性)이 붙은 것이다. 헌제는 이미 황제이기를 이미 포기 한지 오래다. 그런데 그냥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복황후는 철이 없었던 것일까? 불행한 인간사이다. 그러기에 극(極)에 달하는 행동은 말아야하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정도까지만 가야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왜 이리 극한적인 행동만 많아지는가? (다음에 계속)


Prev
  <제68화>후한을 지탱하게 한 것

권중달
Next
  <제66화> 도(道)를 잃지 않은 유비(劉備)

권중달
List


Copyright 1999-2026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