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7]
불끈 사람에게 상 주기
중국 역사에서 어린 황제를 보필하여 좋은 정치를 한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주공(周公)을 꼽는다. 그는 어린 조카인 성왕(成王)을 도와서 주(周)의 기틀을 잘 잡았다고 알려 졌다. 그리고 한 대(漢代)에 이르면 곽광(霍光)을 든다. 그래서 한서(漢書)를 쓴 반고(班固)는 그를 평가하여 높이 칭찬하였다. ‘곽광은 무제로부터 강보(襁褓)에 싸여있는 후계자를 잘 보필하라는 부탁을 받았고, 한 왕조를 기탁을 맡아서 국가를 올바로 고쳤으며, 사직을 안정시키고는 소제(昭帝)를 옹립하였다가 다시 선제(宣帝)를 세웠으니, 비록 주나라를 보필한 주공(周公)이나 은나라를 보필한 아형(阿衡, 伊尹)이라고 하여도 어찌 이보다 더할 수가 있었겠는가?’
역사가인 반고로부터 이러한 칭찬은 들은 곽광이지만 그가 죽은 다음에 그의 아들과 처가 권력을 오로지 하고 황후를 독살하는 일까지 저질러서 곽씨(霍氏) 일당은 쫓겨나 죽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패하기 전에 이들을 제거해야 하겠지만 워낙 그의 사당(私黨)이 뿌리가 깊어서 쉽게 제거하기도 어렵고, 제거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이때에 서북(徐福)이라는 사람은 곽씨가 현재 아무리 부리 깊이 권력을 오로지 하고 있다고 하여도 망할 것을 미리 보았다. 그는 ‘곽씨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라고 하며 이유를 말하였다. ‘무릇 사치스럽게 되면 불손하게 되고, 불손해지면 황상을 모욕하게 된다. 황상을 모욕하는 것은 도(道)를 거역하는 것이고, 위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해칠 것이다.’이렇게 그는 곽씨가 장차 망할 싹을 이미 본 것이다.
사실 우리가 공부한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주역(周易)에서는 ‘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면 곧 물이 얼어서 단단해 질 것을 안다.’고 하였다. 싹을 보면 그것이 장차 어떻게 전개될 것을 짐작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말이야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세상에는 실제로 이것을 적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코앞에 벌어지는 일을 처리하기도 바쁜데 언제 한가하게 1년 뒤, 10년 뒤, 아니면 100년 뒤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느냐는 핑계 때문이다.
하여간 서복은 선제(宣帝)에게 편지를 보냈다. ‘곽씨가 대단히 번성한데, 폐하께서 그들을 두텁게 아끼고 계시지만 마땅히 때에 따라서 그들을 억제하여서 망하는데 이르지 않게 하십시오.’지금 적당하게 곽씨의 세력을 조절하여서 한왕실의 타격도 줄이고, 곽씨 집안을 다 죽이는 상황까지는 가게 하지 말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앞으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미리 막아보자는 충정이었다. 이렇게 편지를 세 번이나 보냈는데, 번번이 잘 알았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런데 점점 곽씨의 행패는 심해졌고, 드디어 도저히 벗어 날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그 죄는 밝혀져서 집안은 망하였으며, 그와 관계를 가졌던 많은 사람들도 같은 운명을 걷게 되는 대 정치적 회오리가 지나갔다. 곽씨만 망한 것이 아니라 한왕조에게도 큰 타격이 되었다. 서복이 예측한 대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회오리바람이 지난 다음에 선제는 그래도 나라를 위험에서 구한 공로자(功勞者)들에게 상을 후하게 내렸고, 작위(爵位)를 받은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정작 미리 비극을 막는 조치를 하라고 하였던 서복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를 본 어떤 사람이 서복을 위하여 선제에게 편지를 썼다. ‘어느 집을 지나던 손님이 그 집의 굴뚝이 위험하니 지붕에서 멀리 떨어지게 고치라고 하였지만 주인은 듣지 않았습니다. 후에 불이나자 이웃 사람 가운데 불 속에서 이마를 그을리면서 고생하여 불을 끈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인은 이 불끈 사람을 상객(上客)으로 모셔서 소를 잡고 술을 대접했지만 굴뚝을 고치라고 한 사람은 부르지도 않았습니다.’굴뚝을 고치라고 한 사람의 말을 들었다면 집도 안 타고, 소 잡을 일도 없었을 것인데...........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 누가 정말로 상객(上客)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 안목이 없으면, 불이 난 다음에 불 끄느라고 이마를 데인 사람만 볼 줄 안다. 현상을 제대로 짚어서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많은 재산을 잃지 않고, 일부러 상주고 잔치를 베풀며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쉽지만 어려운 과제일터이다.
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고 곧 추운 겨울이 올 것을 알거나, 굴뚝을 보고 곧 이 집에 불이 날 것을 아는 사람은 지금도 있다. 다만 그런 사람은 별로 요란스럽지 않아서 눈에 안 띄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면 이런 사람이 보인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하면서도 마음은 항상 출렁거리니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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