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의 참모 기용하기
- 당태종과 위징(魏徵) -
당(唐)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군주로 알려진 사람이다. 조선왕조의 성군(聖君)이라고 일컫는 세종(世宗)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를 꼽는다면 한(漢) 고조와 당 태종을 꼽았으니, 대체적으로 옳은 평가인 듯하다.
그런데 당태종이 뛰어난 사람이긴 하지만 허점이 있는 것도 당연하였다. 그러나 그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는 신하가 여럿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위징(魏徵)이 제일인 듯 보인다. 자치통감을 보면 ‘황상이 힘써 면밀하게 치도(治道)를 찾았는데 자주 위징을 이끌고서 침실까지 들어가서 잘한 것과 잘 못한 것을 물었는데, 위징은 알면서 말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황상은 모두 즐겁게 받아들였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한번은 신하인 봉덕이가 병역에 관한 건의를 하였다. 남자가 18세가 되면 점검을 받고 군대로 뽑을 지를 결정하게 되어 있는데, 18세가 안 되어도 건장한 사람을 점검하자는 건의였다. 당태종도 좋을 듯하여 그리하라고 칙령(敕令)을 내렸는데, 위징이 고집을 하며 안 된다고 하며 네 번이나 서명하지 않았다. 황상이 화가 나서 그를 불러서 나무라며 물었더니 위징은 규정을 어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18세에 점검하기로 했으면 그리 해야지 왜 규정을 어겨서 ‘믿음’을 잃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당태종에게 정치를 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까지 말하였다.
정말로 황제에게 신뢰를 잃은 정치를 하였다고 말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위징은 조목조목 들면서 당태종이 말해 놓고 지키지 않은 것을 늘어놓았다. 이 말을 듣고 당태종은 기뻐하며 말하였다. ‘종전에 짐은 경이 고집스러워서 경은 정치적인 일에 통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의심하였는데, 지금 경이 국가의 대체(大體)를 논하는 것은 진실로 그 자세한 요점을 다 하였소. 무릇 호령을 믿지 않으면 백성들은 좇아 갈 곳을 알지 못하니 천하는 무엇으로 통치하겠소? 짐의 허물이 깊었소.’ 마침내 나이가 차지 않은 사람을 점검하지 않았고 위징에게 금 항아리 한 개를 주었다.
이 이야기만 보면 당태종과 위징이 얼마나 가까우며 모든 이야기를 다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위징은 원래 당 태종이 이세민을 제거하라고 건의하였던 사람이다. 다 아는 대로 당태종은 아버지 이연(李淵)을 도와서 혁혁한 군공(軍功)을 세웠지만 둘째 아들이어서 황제의 자리를 계승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군공이 혁혁하기 때문에 당시 태자였던 이건성(李建成)에게 시기를 받았다. 이때에 위징은 이건성의 신하였다. 그리고 이건성에게 이세민(후에 태종)을 일찍 제거하라고 건의하였다. 결과는 이세민이 승리하였다.
어느 날 당태종이 가까이 지내는 신하들에게 단소전에서 연회를 열어주었는데, 태종의 처남인 장손무기(長孫無忌)가 ‘위징은 옛날에 원수 사이였는데, 오늘 여기에 연회자리를 같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하자, 태종은 ‘위징은 마음을 다하여 섬기는 사람이었으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채용한 것이요.’라고 하였다.
그에 앞서 당태종이 왕자의 난에서 승리하고 나서 자기를 죽이라고 건의하엿던 이건성의 참모였던 위징을 불러서 화를 냈다. ‘너는 어찌하여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하였느냐?’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였다. 언제 어떻게 황제의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징을 태연자약하게 대답하였다. ‘먼저 죽은 이건성 태자가 저의 말을 들었더라면 반드시 오늘과 같은 화(禍)는 없었을 것입니다.’ 즉 태자였던 이건성이 자기의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에 황제가 된 이세민도 죽었을 것이므로 이렇게 꾸지람을 받지 않았을 것이며, 이건성이 자기 말을 안 들어서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황제를 앞에 두고 솔직하게 내가 전에 당신을 죽이라고 권고하였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태종 이세민에게 있어서 위징은 확실히 이러한 적의 참모였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죽일까? 아니면 채용하서 써 먹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당태종은 평소에 위징의 재주를 높이 보았으므로 얼굴을 고치고 그를 예(禮)로 받아들여서 벼슬을 주었다. 이 결과로 당태종은 역사에 가장 위대한 군주로 설 수 있었다.
인사(人事)란 그 사람의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보는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방향만 틀어 놓으면 정말 잘 써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적의 참모를 들어서 방향을 바꾸게 하여 내 참모로 쓰지 못한다. 보통은 과거에 얽매여서 당태종과 같은 지도자는 나오기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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