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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부하와 백성에게 신뢰를 잃은 공손찬

후한은 황건적(黃巾賊)으로 불리는 세력의 반란에서부터 각지에서 영웅호걸들이 들고 일어났다.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獻帝) 건안 3년(서기 198년)이면 조조의 아들 조비에게 황제의 자리를 선양(禪讓)하기 20여 년 전이다. 이때에 각지에서는 이합집산과 대결의 과정이 계속하여 되풀이 되고 있었다.
이때에 역경(易京)에 도읍하고, 근처인 태행산맥의 험한 지형을 근거로 한 흑산(黑山) 세력과 연결하고 있는 공손찬(公孫贊)은 원소(袁紹)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었다. 원소는 작은 세력인 공손찬을 합병하여서 그 세력을 키우려고 오래도록 공격하였지만 이길 수가 없었다. 원소는 다시 유화정책으로 나가면서 공손찬에게 편지를 보내어 여러 가지 말로 타일렀다. 그러나 공손찬은 회답도 하지 않은 채 성벽을 수축하면서 굳게 지키고만 있었다.
그리고 자기의 정책이 옳다는 듯 바로 밑에 있는 부하장수인 관정(關靖)에게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지금 형세를 보면 사방에서 호랑이들처럼 사우고 있는데, 원소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지만 성을 함락시킬 수 없으면서 성 아래에서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니, 원소는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오.’ 공손찬은 자기의 세력이 원소보다 못하지만 성 안에 있는 한 원소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곧 돌아 갈 것이라고 낙관하며, 자기의 대책을 자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원소는 그대로 있을 수 없자 군사를 더욱 크게 일으켜서 공손찬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에 공손찬의 별장(別將) 가운데 한 장수가 적에게 포위되자 공손찬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 이때에 공손찬은 이를 거절하면서 말하였다. ‘한 사람을 구원하게 되면 훗날에 장수들은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게 하는 것이고, 따라서 장수들은 목숨을 다하여 사우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기의 부하장수들에게 나는 도와주지 않을 것이니 알아서 싸우라는 말이었다. 한번 도와주면 계속하여 도와 달라고 할까 걱정하여 미리부터 도와주기를 거절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공손찬은 자기가 원소에게 대대적으로 공격을 받게 되고 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공손찬은 급하게 되었다. 그는 급히 남쪽 군영으로 가서 그곳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또 공손찬은 원래 부하들의 곤경을 구하여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병졸들은 도망하가도 하고, 적에게 항복하기도 하였고, 조금 싸우다 궤멸되기도 하였다.
이제 원소의 군대는 지름길로 공손찬의 성 문에 도착하였다. 공손찬이 급해지자, 우선 아들인 공손속(公孫續)을 흑산적에게 보내어 도와 달라고 요구하는 한 편, 스스로는 돌격부대를 거느리고 포위망을 뚫고 자기의 우군(友軍)이 있는 태행산맥 쪽으로 가려고 하였다. 무사히 포위를 뚫고 나가서 흑산적과 합하여 원소의 후방을 자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정에게 남아서 성을 지키게 한 것이다. 자기 딴엔 좋은 계책이라고 생각한 듯하였다.
그런데 관정이 말하였다. ‘지금 장군의 부하 장수와 병졸 가운데 우리가 와해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오히려 이 성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래도 이곳에 있으면서 우리가 노약자(老弱者)와 어린이를 돌보니 이들이 장군을 그들의 주인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고, 굳게 지키면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장군께서 떠나면 이 역경도 위험하게 됩니다.’ 공손찬은 떠나는 것을 멈췄지만 공손찬의 생각을 안 무리들은 날로 줄어들었다. 평소에 부하를 돕지 않았던 공손찬이 어려워지자 그를 돕고자 하는 세력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야 언제든지 있는 것이다. 다만 일치단결하여 고통을 분담하며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지도자가 이러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 힘없는 졸병은 기회만 있으면 도망하게 되어 있는 것이 보통 사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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