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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피난 다니는 황제


후한 말기의 헌제(獻帝)는 그 시호에서 보듯이 나라를 바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조의 아들인 조비에게 한의 전국새(傳國璽)라는 옥새를 넘겨준 사람이다. 헌제는 동탁이 장안에 들어와서 영제의 큰 아들 소제(少帝)가 자기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였다는 것을 가지고 이를 내쫓고 대신 세운 사람이다. 헌제는 서기 190년에 되어서 황제가 220년 조비에게 선양을 해 줄 때까지 황제였으니, 황제노릇을 한 기간은 30년이나 되지만 실제로 황제로써의 정치를 이끌어 갈 수 없었다.
처음에 동탁에 의하여 황제가 되어서 동탁에게 끌려 다녔지만 우여 곡절을 겪으면서 동탁은 여포에게 죽었다. 그러나 여포도 난세를 헤쳐 갈 인물은 되지 못하여 정치는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중앙에서는 이각과 곽사가 잔꾀로 권력을 잡지만 이것도 얼마 후에는 다시 싸움박질로 날을 지새운다. 황제는 동탁에게 끌려서 장안으로 왔지만 낙양이 그리웠다. 그리하여 이각과 곽사에게 화의하도록 주선을 한다. 이각과 곽사가 서로 아들을 교환하여 인질로 삼고 화해하기로 하였지만 이각의 처는 자기 아들을 곽사에게 인질로 보낼 수 없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이 화의도 결정되지 못하였다.
그 사이에 강족과 호족출신의 병사들이 황제가 있는 금문에 와서 기웃 거리며, ‘천자가 이 안에 계시는가? 대사마인 이각 장군이 우리들에게 궁녀를 내려 주겠다고 하였는데. 지금 모두 어디 있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떻게 황제의 궁녀를 이족(異族)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하였으며, 또 그 병사들이 감히 황제가 있는 곳을 기웃 거릴 수 있다는 말인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황제는 이각의 군영에서 빠져 나왔지만 또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곽사와 의견이 안 맞았다. 황제는 온 종일 굶는 일도 있었고, 노숙하기도 하면서 낙양을 향하여 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황제를 쟁탈하려는 싸움은 일어났다. 간신히 이각과 곽사의 군영을 벗어났지만  호위병은 100명이 채 안 되었는데, 이각과 곽사의 군사들이 황제의 행영(行營)을 둘러싸고 소리를 질러댔다.
도망하기로 하여, 황제를 호위하던 이락이 강을 건너려고 배를 준비하였는데, 황제와 공경들은 걸어서 군영을 나가고, 황후의 오빠인 복덕(伏德)은 황후를 부축하고 한 손에 비단 10필을 끼고 갔다. 황하의 언덕은 높이가 10여 장(丈)이나 내려 갈 수 없자 내려 갈 수 없어서 비단으로 연(輦)을 만들어서 사람을 시켜서 앞에서 황제를 업고, 나머지 사람들은 포복하여내려 갔는데, 어떤 사람들은 위에서 뛰어 내리다가 모자와 두건이 모두 부서졌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황하에 도착하였으나, 배는 턱 없이 부족하였다. 따라 온 사람들은 다투어 배에 오르려고 하니, 동승과 이락이 창으로 그들을 쳤는데, 이때에 잘린 병사들의 손가락이 배 안에서 한 움큼이나 나왔다. 황제가 마침내 배에 올랐는데, 함께 배를 타고 건넌 사람은 황후와 양표 이하 겨우 수십 명뿐이었다. 궁녀와 관리들은 모두 병사들에게 옷을 약탈당하였고, 머리카락이 잘린 사람도 있었고, 얼어 죽은 사람이  수도 없었다.
멀리서 이각이 황하 북쪽에서 불빛이 있는 것을 보고 기병을 보내어 살피도록 하였는데, 바로 황상이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고 있었다.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이 황제를 모시고 가느냐?’ 동승을 그들이 활을 쏠까 두려워서 이불로 장막을 만들었다. 우여 곡절을 거치면서 겨우 이락의 군영으로 황제는 들어갈 수 있었다. 보루에 있던 장수들은 다투어 황제에게 관직을 요구하였다. 관직에 따른 도장을 새겨서 줄 처지가 못 되어 송곳으로 도장을 그려 주기에 이르렀다.
한낱 지나간 이야기이라고 웃고 넘어 갈 수 있겠는가? 6.25 전쟁 때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는 듯하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힘이 없고, 조그만 이익 때문에 다투는 신하들이 있는 한 이러한 일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회의사당을 때려 부수는 모습을 보고 이각과 곽사를 떠 올린 것은 나만의 감상이겠는가?(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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