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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유비의 칭제(稱帝)와 정통론



한(漢)왕조는 10상시의 발호와 왕망의 등자, 그리고 황건적의 등장으로 결국 로운 세력인 조조(曹操)에 의하여 장악되었다. 그리고 그 아들 조비(曹丕)에 와서 한(漢)의 마지막 황제 헌제(獻帝)로부터 선양(禪讓)을 받아 위(魏)왕조가 세워진다. 정식 법적 절차를 마친 것이다. 비록 이렇게 위(魏)의 조비는 선양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압력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정식으로 나라를 인계 받은 것이다.
한편 조조와 경쟁을 하던 촉(蜀)에 있던 유비(劉備)는 여기에 찬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였다. 유비는 조비가 강압에 의하여 헌제에게 황제의 자리를 내 놓도록 하였으니, 이것은 찬탈(簒奪)이라고 보았다. 더욱 유비가 있는 촉(蜀)에서는 조비가 헌제를 해쳤다는 소문까지 있고 보니, 한(漢)의 정통을 유(劉)씨인 자기기 이어야 마땅하다고 하고 드디어 황제를 칭하였다.
여기에는 헌제가 조비에게 선양한 절차가 불법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천하(天下)는 언제나 유(劉)씨의 세상이어야 하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있다. 이 논의에서 누가 더 천하를 더 편안하게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 것인지 아닌지의 논의는 빠져 있다. 그런데 후세에 주자학(朱子學)이 온 세상의 지도이념(指導理念)이 된 이후로 조비가 선양 받은 것은 잘 못이고, 유비가 후한의 뒤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실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다. 어찌하여 천하는 유(劉)씨가 마르고 닳도록 황제노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주자학을 정리한 주희(朱熹)는 남송(南宋)시대의 사람이다. 여진족에 의하여 건설된 금이 중원지역으로 내려와서 북송의 마지막 황제인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을 포로로 잡아가서 북송은 멸망하였다. 말하자면 땅도 빼앗기고 황제도 잡혀가게 된 것이 북송이다. 이때에 지방의 제후왕이 송(宋)의 재건을 내세우고 황제가 되어 절강성 임안(臨安)에 왕조를 꾸렸다. 그 동안 중국이란 중원지역을 차지한 나라라는 의미로 정통을 자처한 마당이 중원지역은 금(金)에게 빼앗겼고, 국력(國力)도 형편없이 약하였다.
이제 재건한 남송이 중국에서 정통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이 시기에 주희는 살았다. 자기 조국의 정통성을 내세울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동안 중국에서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는 전국을 통일 할 것, 전 왕조로부터 선양을 받을 것, 올바른 정치를 할 것, 혹은 상생론(相生論)이나 상극설(相剋說)에 의한 자연 질서에 부합할 것 등의 조건이 맞아야 했는데, 남송은 어느 것에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금(金)이 중원지역을 차지했고, 세력도 가장 강하였다. 북송의 황제를 잡아 갔으니, 그들의 것을 차지하는 것도 당연한 국제 질서였다. 송(宋)을 세운 조(趙)씨의 후손이 남송의 세웠다고 하지만 남송이 중국에서 정통을 주장할 근거는 별로 없었다. 주희는 새롭게 이제 혈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혈통을 계승하여야 정통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주자학이 혈연을 강조하게 된 이유이다. 그리고 자치통감을 축약하면서 자치통감 강목을 써서 유비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 후에는 주자학이 들어간 곳에서는 어김없이 혈연주의를 강조하였다. 여기에 스스로 왜 그렇게 멸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 반성이 없으니 앞으로 더 강하게 될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그저 앉아서 악이나 쓰고 있는 셈이었다.
당연히 감정적으로는 같은 혈연을 가진 사람을 감싸 돌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잘 못한 것까지 옳은 것으로 둔갑할 수는 없다. 잘 잘 못을 공정하게 보아 형세를 뒤집은 방안을 제시하고 그러한 노력이 더 급선무이고, 안으로 굽는 마음을 접어 두고, 공정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성숙한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치통감을 쓴 사마광은 위(魏)를 중심으로 역사를 써나가는 공정함을 보였다. 이것이 역사를 보는 올바른 태도이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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