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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노복과 친하여 자사가 된 맹타(孟陀)

자치통감 이야기 56회

노복과 친하여 자사가 된 맹타(孟陀)

                        
후한(後漢) 대의 환제(桓帝)는 후사 없이 죽었다. 후사를 의논 하다가 12살 먹은 유굉(劉宏)을 실권자 두무(竇武)가 태후와 논의하여 황제로 세웠고, 이 사람이 영제(靈帝)다.  영제를 지나면 헌제(獻帝) 대에 전후한 400년을 이어 온 한(漢)은 멸망하고, 조조와 유비와 손권의 삼국이 경쟁하는 시대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영제 시기는 한(漢) 왕조가 완전히 멸망하는 길로 들어가고 있었다고 하겠다.
전에 이미 환관들이 황제를 세운 공로를 세웠고, 그에 따라서 권력을 잡고 정치를 오로지 하면서 이에 항거하는 태학생들을 당인(黨人)이라 하고, 이들은 관직에 오를 수 없도록 금고조치를 내린다. 태학생들이 깨끗한 풍조를 만들자고 청류운동을 벌인 것에 대하여 당고(黨錮)로 화답한 셈이다. 이제 올바른 이야기를 하면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정치판에 들어 왔다고 나무라면서 금고에 처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전에 두태후를 책립시킬 때에 힘을 쓴 진번(陳蕃)과 두무가 정치를 맡았고,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도 하였지만 황제의 유모와 그 주변의 환관들로 인하여 이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이 계획은 환관들에게 알려지고, 환관들은 오히려 반격을 가하여 두무와 진번은 잡혀 죽고, 환관들의 쿠데타는 성공하여 환관 17명이 열후에 오르는 상황에 이른다. 이제 권력은 환관들에게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하나는 장락궁(長樂宮)의 태복(太僕), 즉 궁궐의 말과 마차를 관리하는 책임자인 환관 출신의 조절이 병이 들자 거기장군이라는 높은 직위를 내려주었다. 병이 다 나아서 인수(印綬)를 다시 바쳤지만 중상시(中常侍)로 삼고 특진(特進)이라는 삼공 바로 밑의 직위를 주었다.
그러한 가운데, 부풍(扶風) 출신의 맹타(孟陀)가 양주(涼州)자사가 된 이야기가 자치통감에 실려 있다. 그 때에 중상시(中常侍)인 장양(張讓)은 금중(禁中)에서 황제를 항상 모시는 환관의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어서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다 처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집안에서 부리는 노복(奴僕)의 우두머리인 감노(監奴)를 두어 집안일을 맡겼는데, 이 환관 집의 노복 우두머리의 위엄과 형세가 떠들썩할 정도로 대단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간파한 맹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을 넉넉하게 노복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노복들은 아무리 자기 주인이 권력을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신분(身分)이 환관이고 자기들은 노복인데 맹타가 아낌없이 재물을 갖다 주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그리 하는지를 물었다. 맹타는 다만 ‘너희들이 나에게 한번 절하기만 하면 좋겠다.’라고 간단한 요구를 하였다.
장양을 만나려고 하는 빈객(賓客)들은 언제나 장양의 집 밖에 수백, 수천이 모여 있어서 들어서 장양의 얼굴을 한번 보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느 날 맹타가 장양의 집에 당도하였는데, 역시 벌써 와서 장양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맹타가 도착하니 감노가 노복들을 거느리고 나와서 맹타에게 절하고서 함께 수레를 타고 안으로 안내 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맹타가 장양과 대단히 친하다고 생각한 빈객들은 우선 맹타에게 뇌물을 바쳤다. 맹타는 이 뇌물 가운데 일부를 장양에게 갖다 주면서 장양과 교제 하였고, 드디어 맹타는 양주(涼州)자사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힌 노릇이다. 어찌 노복에게 뇌물을 주고 환관과 친하고, 그리고 환관으로부터 관직을 받게 되었단 말인가?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런 일은 한(漢)이 망할 때만 있었을까? 선거만 끝나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불미한 일들이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4촌 처형이 공천 장사를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어디 그것 하나뿐이랴! 이리저리 줄 대려고 혈안이 된 크고 작은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띠는데, 이것은 노복에게 뇌물을 쓴 맹타와 다르겠는가? 이렇게 자존심(自尊心)을 내 팽개친다면 무엇을 인생의 가치를 찾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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