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 이야기 52
지혜로운 사람은 미래를 안다.
후한(後漢)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은 단명(短命)한 황제가 등장하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황제는 있으나 황제는 자기 권한을 환관이나 외척에게 맡기게 되는 데서 비롯된다. 안제가 죽으면서 등극하였던 북향후가 얼마 안 있다가 죽었다. 이때에 환관들은 쫓겨나서 제음왕으로 있던 순제를 복위(復位)시켰는데, 이 사람이 순제(順帝)이다.
대선과 총선이 끝나며, 살았던 사람은 죽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충성을 다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왜 충성을 다하였을까?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어떤 특정인이 당선되어야 만 한다고 굳게 믿고 하였을까? 아니면 반대급부를 기대하였을까? 하여간 순제는 환관 덕에 죽다가 살아나서 황제가 되었으니, 환관에 대하여 은혜를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린 조치가 환관들이 양자를 얻을 수 있게 하고, 그 작위도 양자에게 세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환관이야 원래 후사가 없게 하여서 후대까지 생각하며 돈을 모으거나 권력을 잡을 욕심을 내지 못하게 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자기에게 제사 지내 줄 양자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겨주려고 돈과 권력을 더 많이 가지려고 힘쓰게 될 이유가 생긴 셈이다. 결국 후한이 망하고, 헌제로부터 선양을 받아 위(魏)를 세우는 조조(曹操)가 환관(宦官)의 후예라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어사인 장강(張綱)이 황제에게 편지를 올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문제(文帝)와 명제(明帝) 두 황제가 도덕으로 교화시켰어도 아주 융성하였는데, 중관상시(中官常侍 ; 환관)는 두 명에 불과하였습니다. 가까이 있어서 총애하여 상을 내리실 때에도 분별하여서 약간의 금(金)을 주는 것으로 끝냈으며, 비용을 아끼고 백성을 중히 여기셨던 고로 집집마다 사람들이 풍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공로가 없는 소인(小人; 환관)이 모두 관직을 갖게 되었으니, 이는 백성을 사랑하고 그릇<관직>을 중히 여기며 하늘의 뜻을 받들고 도리에 순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위하여 충성했다면 그에 해당하는 품삯이나 주면 되지 그릇이 안 되는 사람에게 관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야 예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일터... 대선과 총선이 끝나면서 바뀌는 자리가 많고, 그 자리에 환관 같은 사람이 하나라도 끼어 있다면 이는 투표한 하늘<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고, 그릇의 중요성도 모르는 것이며 도리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순제의 조치를 본 이고(李固)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하였다. 자기가 모시는 외척 양상(梁商)은 그래도 양(梁)씨들 가운데는 좀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양상에게 황제에게 올릴 주문을 써 주면서 황제에게 올리라고 하였다. ‘수년전부터 재앙과 괴이한 일이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지혜로운 자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모양으로 될지를 생각하며, 어리석은 자는 괴이한 일을 보면 이름 대기를 꺼린다고 하였습니다. 하늘의 도리란 가까운 사람을 두는 일이 없으니, 가히 두려워하여 존경할 만 하다고 할 것입니다.’ 하늘은 특정인만을 사랑하지 않고 하늘의 도를 지키는 사람의 편에 선다는 것이다. 오늘 어떤 사람이 하늘의 도를 알아서 실천하였다면 하늘을 그 편에 서지만, 어제 하늘의 뜻을 실천했던 사람이라도 오늘에 하늘의 뜻을 어기면 하늘은 바로 외면한다는 뜻이다. 이고는 양상을 통하여 순제에게 아마도 이런 마음을 전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폐하<순제>께서는 억울하게 쫓겨난 것은 하늘의 뜻에 어긋난 것이어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결국 다시 황제가 되었지만 하늘이 폐하의 편에 서는 것은 하늘의 뜻을 따를 때에만 이고, 하늘의 뜻과 다르게 환관에게 특별한 은총을 주는 것은 하늘의 도를 어기는 것입니다.’ 물론 양상을 이를 전하지 않았다.
대선과 총선을 보면서 하늘<국민>의 뜻을 아직도 모르는 정치인이 있다면 정말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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