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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유총을 돕는 사람들

흉노가 세운 한(漢, 전조)에 포로가 된 진(晉)의 회제가 죽었다. 유총(劉總)은 유연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고 나서 잡혀온 진(晉)의 황제인 회제(懷帝)에게 노비들이 입는 푸른 옷을 입혀서 연회에서 술을 따르게 하였다. 승리에 취하여 회제를 모욕한 것이다. 이에 옛날 진의 대신이었던 사람이 반발하였고, 이 때문에 회제를 비롯하여 진의 중요한 인물들을 다 죽였다.
유총은 승리에 들떠 있었다. 외가인 한나라의 부흥을 외치고 나라를 세우고 중원지역으로 진출한 흉노족의 유총이 황제가 되어 목표를 다 이룬 듯 생각이 들었다. 그때에 귀빈이었던 유아(劉峨)를 황후로 삼고 그녀를 위하여 봉의전(鳳儀殿)을 화려하게 지으려고 하였다.
유총이 사치에 빠진 것을 본 진원달(陳元達)이 간절하게 말렸다. 현재의 국제 정세를 가지고 설명하였다. 당시에 파촉에는 이웅이 나라를 세워 가지고 있고, 다른 반대 세력도 많으니, 사치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 성공한 제왕은 절약을 생활화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옛날 한나라 문제는 노대(露臺) 하나를 만들려고 했다가 그 공사비용이 백금(百金)이 들어간다는 보고를 듣고 이를 중지하였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말을 들은 유총은 황제인 자기가 전각하나를 짓는데, 이렇게 반대하니 목을 베지 아니하면 안 되겠다고 화를 냈다. 유총은 유람하는 동산인 소요원(逍遙園)의 이중당(李中堂)에서 진원달을 잡아오게 하였다. 그래서 진원달을 체포하여 허리를 쇠사슬로 묶고 나무에 묶어 두었다가  끌어내어 목을 베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의 처자도 함께 동쪽의 저자에서 효수(梟首)하고 여러 쥐새끼 같은 놈들을 한 구덩이에 집어넣으라.’고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장원달은 조금도 물러날 기세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옛날에 하나라의 폭군 걸(桀)에게 충신이었던 용봉(龍逢)과 은 나라 때의 충신인 비간(比干)처럼 되겠다고 하면서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여러 신하들 가운데 진원달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간절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유총은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황후 유아가 비밀리에 장원달에 대한 형의 집행을 보류하게 하고 유총에게 말하였다. 옛날부터 나라나 집안이 망할 때에는 부인에게서 시작하지 않은 일이 드문데, 현재 유총처럼 자기를 위하여 전각을 지으면서 이를 반대하는 신하를 죽인다면 후세에는 모든 잘못의 원인이 황후인 자기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황후가 되어 즐기기 보다는 죽는 것이 났다고 하였다.
그런데 신하들 가운데, 대사도인 임의(任螘)와 광록대부인 주기(朱紀)와 범륭(范隆) 그리고 표기대장군인 하간왕 유이(劉易) 등은 관(冠)을 벗고 머리를 조아리다가 머리가 당에 부딪쳐서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후의 말을 들은 유총은 스스로 반성하였다. ‘최근에 바람병이 들어서 화를 내거나 기뻐하는 차이가 많아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충신인 진원달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또 죽음을 무릅쓰고 이러한 사실을 밝혔으니, 마음속으로 부끄럽다.’고 하고 이어서 ‘밖으로는 진원달 같은 충신이 있고, 안으로는 유아 같은 황후가 보필하니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유총은 아직도 당(堂) 아래에서 피를 흘리면서 간언하는 신하들에게 관(冠)을 쓰게 하고, 진원달을 불러서 당 위로 오르게 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두고 강하게 간언을 한 임의 등에게 비단과 곡식을 하사하였다. 그리고 소요원(逍遙園)이라는 이름을 납현원(納賢園)으로 바꾸었다. 현명한 사람을 거두어들이는 동산이라는 뜻이었다. 다시 이중당을 괴현당(愧賢堂)이라고 고쳤다. 현명한 사람에게 부끄럽다는 뜻이었다. 유총이 새로운 태도로 정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충신과 현명한 황후가 있고, 이를 받아주는 군주가 있는 나라는 건강한 나라이다. 흉노족이 낯선 중원에 와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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