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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흉노에 붙잡힌 진(晉)의 회제(懷帝)

바보로 알려진 사마씨의 진(晉) 나라 2대 황제인 혜제(惠帝) 사마충이 죽고 그의 동생 사마치(司馬熾)가 등극하니 이 사람이 회제(懷帝)이다. 사마충이 황제로 있었던 17년 동안 진(晉)에서는 권력 다툼이 계속되었다. 첫째는 혜제의 정비인 가남풍(賈南風)의 전횡이었다. 그녀는 자기 친정인 가(賈)씨를 끌어들이면서 권력을 잡았는데, 급기야 시장에서 미소년을 궁궐로 잡아들여서 음란한 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마씨들은 권력을 잡으려고 쿠데타를 일삼았다. 이른바 8왕의 난이라는 것이다.
그 사이에 흉노 출신의 유연(劉淵)은 자기의 외가를 회복시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한(漢)을 세운다. 이것은 조금 후에 국호를 조(趙)로 고치어 역사에서는 전조(前趙)로 불리고 있다. 이 한<전조>이 일단 유씨의 한(漢)을 회복시킨다는 기치를 내 걸었으므로 좀 전에 자기들의 지역이었던 북방에서 한이 지배하였던 중원지역으로 내려올 명분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는 군대를 동원하여 남하하기 시작하였다. 한<전조>의 안동대장군 석륵(石勒)이 하북성의 상산(常山)으로 내려오는데, 그 무리가 10만 명이나 되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글줄이나 읽었던 사람들을 모아들여서 이들로 군자영(君子營)이라는 부대를 만들기 까지 하였다. 또 한인으로서 자진하여 석륵을 찾아가서 계책을 바치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한<전조>는 한인(漢人)을 불러 들려서 그들의 꾀를 이용하여 진(晉)을 공격하기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에 비하여 진(晉)의 대항군의 모습은 형편없었다. 한<전조>의 유연이 그 아들 유총(劉聰)을 파견하여 산서성에 있는 호관(壺關)을 공격하게 하면서 석륵을 선봉장으로 삼았다. 이 지역을 책임진 병주자사인 유곤이 황숙과 한술을 파견하여 막으려 하였지만 모두 패배하고 죽었다. 다시 진의 태부인 사마월(司馬越)이 내사인 왕광과 장군인 시융과 조초를 파견하였지만 이들도 역시 패배하였다.
그 사이에 한<전조>를 세운 유연이 죽고, 유총이 황제가 되었고, 사마월도 죽었다. 회제 영가 5년(311년)에 석륵이 가벼운 무장을 한 기병을 거느리고 죽은 사마월의 영구(靈柩)를 뒤좇아 가서 10만 명을 다 잡아 죽였다. 그리고 진(晉)의 고관들을 다 잡아들였다.
이들을 잡아서 군대의 막사에 앉혀놓고 석륵이 물었다. 도대체 너희 진(晉)나라는 왜 이 꼴이 되었는가? 이때에 군대의 총책임을 가진 자리에 있던 진(晉)의 태위 왕연이 말하였다. 내부적으로 8왕의 난이 일어났고, 가후가 전횡하였다는 말을 하고, 그 실패의 책임은 자기에게 있지 않다고 변명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젊어서 관직을 가질 생각이 없었고,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고 하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자기를 신문하는 석륵에게 황제가 되라고까지 아부하면서 죽음에서 면하기를 바랐다.
이러한 상태에서 진(晉)이 더 이상 버틸 힘은 없었다. 그리하여 황제인 회제 사마치가 도망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탈 수레도 배도 없었고, 진(晉)의 관리는 열에 아홉은 달아나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한<전조>의 군대는 진의 도읍인 낙양으로 물밀 듯 들어왔다. 궁궐로 들어와서 모든 보물과 궁녀들을 다 거둬들였다. 이때 죽은 사람이 3만 명이었다.
회제는 할 수 없이 황궁에 딸린 동산인 화림원을 통하여 빠져 나가서 장안으로 달아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전조>의 군사들이 와서 붙잡아 유폐시켰다. 드디어 한<전조>의 황제인 유총이 대사면령을 내리고 진(晉)의 황제인 사마치에게 한<전조>의 관직을 주었다. 특진(特進), 광록대부로 하였으며 작위를 평아공(平阿公)으로 하였다. 중원지역에 있던 한인(漢人) 왕조의 황제가 흉노족의 왕조에게 도읍도 빼앗기고 포로가 되어 그 작위를 받은 것이다.
출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잘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결국 서진은 곧 멸망하고, 사마씨들 가운데 남쪽으로 쫓겨 가서 다시 진을 재건하여 동진을 세우지만 그 후 400년간 그들이 야만시 하던 오호가 중원지역을 지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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