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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헛된 이름을 좇지 않은 남량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전진(前秦)의 부견이 동진을 정벌하려다가 실패한 다음에 전진이 통일하였던 북조지역은 8개의 나라로 나뉘었다. 그 가운데 남량(南涼)은 독발오고(禿髮烏孤)가 세운 작은 나라였다.  이 나라가 있는 곳도 서북쪽 청해(靑海)지역인 유목지대였었다.
남량은 감숙성에 근거를 두었던 여(呂)씨가 세운 후량(後涼)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이었으므로 그 세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이때에 후량은 독발씨의 남량과 또 단(段)씨가 북량(北涼)이 떨어져 나와서 셋으로 나뉜 상태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원래 종주국인 여(呂)씨의 후량에서는 떨어져 나간 세력을 공격하러 들었다.
남량이 후량으로부터 독립한지 2년이 되는 태초 2년(399년)에 후량의 여소(呂紹)와  여챤(呂纂)이 북량을 공격하였다. 위기에 몰린 북량왕 단업(段業)은 같은 처지에 있는 남량에 도움을 청하였다. 북량처럼 후량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한 남량의 입장에서는 북량을 도와주어야 했다. 만약에 북량이 후량에게 평정된다면 그 다음 차례는 당연히 남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남량왕 독발오고는 동생 독발이록고에게 북량을 원조하게 하였다. 독발이록고가 북량을 돕자 후량의 여소와 여찬은 군사를 이끌고 철수하여 북량과 남량이 후량의 공격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독발이록고의 북량 원조는 다른 한편으로는 남량의 안정을 가져 온 것이다. 적어도 양(涼)지역에서는 큰 공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남량의 독발오가가 죽자 그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지 않고 능력 있는 동생인 독발이록고를 후계자로 세워서 그가 남량의 2대 왕이 되었다.
남량왕에 오른 독발이록고는 왕(王)이라는 호칭보다 황제라는 호칭을 쓰고 싶었다. 왕은 제후에게 붙이는 칭호이기 때문에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를 뜻하는 황제의 호칭을 쓰려고 한 것이다. 아마도 왕으로 불리는 것 보다 황제로 불리는 것이 더 멋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독발이록고의 생각을 안 여러 신하들은 다투어 이왕이면 황제의 호칭을 쓰라고 적극 권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속이 없는 헛된 이름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남량의 안국(安國)장군 투물륜(鍮勿崙)이었다. 그는 힘주어 말했다. 우선 역사적으로 보아서 남량은 유목지대에서 대대로 살아 왔기 때문에 유목생활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중원지역에서는 의관을 갖추어 입고, 성을 쌓고 살지만 남량지역에서는 그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량지역에서는 여전히 머리를 풀고 좌측으로 옷섶을 여미는 옷을 입고 물과 풀을 좇아서 장소를 옮기며 살고 있으니 농업지역에서 사용하는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만약에 사정에 맞지 않는데, 농사를 짓고 있는 중원지역처럼 도시를 건설하고 읍을 세우고 창고에 저축하면 주변에 있는 나라에서 탐심(貪心)을 갖고 침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 보다는 오히려 사막에서 웅장하게 내려다보면서 중하(中夏)와 대등하게 버티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황제를 칭하는 허명(虛名)을 구하다가 혹 대단한 것이 있는 것으로 이웃에게 비춰져서 공격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원래 유목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잘 하는 싸우고 활 쏘는 것을 익히자는 것이다. 평소에 무력을 닦았다가 이웃 나라가 약하면 이를 올라타고 강하면 피하는 것이 옳은 계책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독발이록고는 “안국장군의 말이 옳다.”고 하면서 황제라는 호칭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덕택에 작은 나라지만 여러 나라 사이에서 어느 정도 버티어 냈던 것이다.
보통 실속은 없지만 명칭이라도 높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오늘 날에도 많다. 그래서 명칭은 점점 더 인플레 되고 있다. 요즈음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여인들에게 ‘이모’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모란 어머니의 자매를 말함인데, 아주 젊은 여자에게도 이 용어를 쓴다. 그것이 그 사람을 반드시 높여 주는 것도 아니고, 실제에도 안 맞는데, 왜 이렇게 명(名)과 실(實)이 다른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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