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시대에 동진이 오호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온 지도 8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때 동진의 황제는 효무제 사마요(司馬曜)였다. 사마요는 간문제의 뒤를 이어서 11살 때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나이가 어려서 태후가 섭정하다가 14살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친히 정사를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사마요가 황제로 있는 동안 북조를 통일한 전진(前秦)의 부견이 쳐 내려오는 위기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이것이 이른 바 비수(淝水)의 전투였다. 이 위기를 만나서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안도 뾰족한 방책을 내지 못하였는데 다행하게도 운 좋게 동진이 승리하였다. 그 위에 동진을 항상 위협하던 북조에서는 전진이 멸망하고 후연, 후진, 서진, 후량, 북위, 서연 등 여섯 나라로 분열된 것이다. 잘하기만 한다면 다시 동진이 옛날 서진의 영토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정말로 좋은 운을 만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運)이 좋았다고 하여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좋은 운을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른다면 좋은 운은 오히려 화를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진에 화를 불러 온 것은 황제 사마요의 술버릇 때문이었다. 물론 사마요가 황제가 되어 처음으로 정사를 친히 다스리게 되고 나서는 위엄과 권위를 세웠고 또 넓은 도량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술과 여자에 빠졌는데, 이를 진서(晉書)에는 ‘술에 취하여서 깨어 있는 날이 적었다.’라고 적고 있다. 이렇게 술독에 빠져 사는 황제 사마요는 자기의 업무를 친동생인 낭야왕(琅邪王) 사마도자(司馬道子)에게 위임하였다. 그런데 사마도자 역시 술을 좋아하여 황제인 형과 더불어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노래하는 것으로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정치를 위임받은 사마도자는 말할 수 없는 사치한 짓을 하였다. 자기 집에 인공으로 산을 만들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최고의 권력을 가진 형제가 술에 취하여 있으니, 동진에게 좋은 운이 다가 왔다고 한들 그것을 볼 줄도 몰랐고, 더구나 이용할 줄도 몰랐다. 거꾸로 해석해 보면 북조의 오호가 남쪽으로 내려 올 것이라는 위협이라도 있었다면 이들이 정신을 차렸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니, 북조가 여섯 나라로 나뉜 것은 달리 보면 동진의 화(禍)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복과 화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동진의 황제 사마요는 술잔치는 내전(內殿)에까지 이어졌고, 총애하는 후궁인 장귀인(張貴人)과 함께 기생과 악대들을 불러 연회를 즐기었다. 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황제 사마요는 장귀인를 희롱하였다. “너는 나이로 보아서는 역시 마땅히 폐출되어야 한다. 내 마음은 다시 어린 사람에게 가고 있다.”이제 겨우 30이 된 귀인에게 늙었다고 하면서 어린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장귀인은 화가 났다. 다만 겉으로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저녁이 될 무렵에 사마요가 술에 취하여 청서전(淸暑殿)에서 잠을 잤는데, 장귀인은 환관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그들을 흩어지게 하여 보냈다. 그리고 나서 비녀(婢女)를 시켜서 이불로 황제 사마요의 얼굴을 덮어씌우게 하여 그를 시해(弑害)하고,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뇌물을 준 후에 말하였다. “가위에 눌려서 갑자기 붕어(崩御)하셨다.” 황제가 술김에 농담 한마디 하였다가 애첩에게 죽은 것이다.
동진 효무제만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될 수 있음을 모른 것일까?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복과 화는 자기가 하기에 따라 다른 것을 안다면 매일 복 받기를 빌 것이 아니라 복 받을 행동을 해야 할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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