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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 화(禍)


위진남북조 시대에 들어와서 오호(五胡)가 북쪽을 점거하고, 남조까지 통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오호 가운데 저족(氐族)이 세운 나라가 진(秦)이었다. 이 진나라를 세운 족속은 부(苻)씨인데, 이 나라가 망한 다음에 다시 요(姚)씨가 진(秦)을 세웠기 때문에 부씨의 진나라를 전진(前秦)이라 하고, 요씨가 세운 나라를 후진(後秦)이라고 한다.
각설하고, 전진의 세 번째 임금 부견(苻堅)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포악한 임금 부생(苻生)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임금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비록 사촌인 부생을 죽이고 임금의 자리에 올랐지만 정치를 잘했다. 그리하여 그가 임금이 될 때만 해도 그 나라의 동북쪽으로 전연(前燕)이 있었고, 또 북쪽으로 전량(前涼)이 있어서 분열된 상태였다.
그러던 것을 그가 임금이 된지 13년 만에 전연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다시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량도 멸망시켜서 오랜만에 북조(北朝)를 통일시켰다. 북조를 통일할 때에 부견은 전연의 내부적 분열을 잘 틈탔었다. 전연의 모용수가 그 황제 모용위와의 반목으로 전진으로 망명을 오자 그를 환영하여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전연을 멸망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유능한 부견은 북조를 통일한 다음에 남쪽에 있는 동진(東晉)마저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생각으로 군사를 동원하여 남쪽으로 향하였다. 이때의 군사력을 보면 전진이 월등히 강하였으므로 동진에서도 전진으로 망명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동진에서는 전진의 공격 앞에서 맥 놓고 있을 수도 없어서 막는 군대를 파견하여 비수(淝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였다. 그러나 거의 절망적이었다. 그렇다 해도 사실 양쪽 군사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하는 쪽이 강을 건너서 공격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물을 사이에 두고는 양쪽 군사가 오래도록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에 동진에서 전진에 말을 전했다. 두 나라 군사가 물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느니 차라리 한번 맞붙어 싸우자고 했다. 그런데 물 가까이에 전진의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으면 동진의 군사들이 싸우러 갈 수가 없으니, 전진의 군대를 조금만 뒤로 물려준다면 물을 건너가겠고... 그런 다음에 싸움을 하여 자웅을 결정짓자는 제의였다.
전진에서는 양쪽 군대가 맞붙어 싸울 수만 있다면 승리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조금 뒤로 물러나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깊은 생각 없이 이를 수락하고 전군에 조금씩 물러나라고 명령을 내렸다.
승승장구하던 전진의 군사들은 조금 후퇴하라는 말에 놀랐다. 통신수단이 별로 없었던 당시로서는 왜 강한 전진의 군대가 후퇴하여야 하는지를 전군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에 동진에서 전진으로 망명 와 있던 장수가 후방에서 헛소문을 냈다. 전방에서 전진의 군대가 패하였다고. 이 소문을 들을 전진의 군대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졌다. 전진의 임금 부견도 간신히 돌아왔다. 많은 군대를 가지고도 패한 것이다.
동진의 정벌에서 한 번 패하자 이번에는 전연에서 망명 온 모용수가 이미 망한 연(燕)으로 달아나서 다시 연(燕)을 세웠다. 전진이 전연을 멸망시킨 지 15년만의 일이다. 또 전진의 장수였던 요장(姚萇)은 전진이 망하지도 않았는데, 다시 진(秦)을 세웠다. 후진(後秦)이었다. 또 다른 장수 걸복국인(乞伏國仁)은 서쪽에서 진(秦)을 세웠다. 진(秦)은 셋으로 나뉘었고, 다시 후연도 들어섰으니, 천하를 통일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분열되었다.
부견, 영웅적 활동으로 북조를 통일하고 남조까지 정벌하여 대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단 한차례의 실수로 잃었다. 그런데 그 화(禍)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화를 불러 왔다. 아차 하는 순간적인 실수는 그것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화불단래(禍不單來)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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