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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세월이 가면 고향도 잊고 안주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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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씨의 진(晉)왕조의 황제 사마치와 사마업이 전조의 포로가 되어 죽는 치욕을 당하여 사마씨들은 장강으로 피난하여 사마치의 6촌인 사마예(司馬睿)가 진(晉)왕조를 재건하였다. 역사에서는 이를 동진(東晉)이라고 부른다. 그 후 근 60년이 지나 목제(穆帝) 사마담(司馬聃)이 죽었다. 그가 황제의 자리를 지킨 것은 17년 동안이었지만 그는 2살 때에 등극하였으니, 사실 황제 노릇을 제대로 한 일이 없었다.
>그 대신 그의 모친인 저(褚)태후가 임정칭제(臨政稱帝)하여 실제로 황제의 권한을 행사하였다. 목제가 후사 없이 죽자 저태후는 큰집 조카 애제 사마비를 양자로 받아들여서 황제로 삼았고, 4년 만에 죽자 다시 그 동생 사마혁을 양자로 받아들여서 황제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시기에 동진에는 황제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저태후가 황제 역할을 오래도록 하고 있었다. 이렇게 황제를 움켜쥐고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사이에 60년 전에 사마씨가 받은 치욕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때에 장군 환온(桓溫)이 군대를 길러서 오호(五胡)에게 내어 준 낙양을 수복하였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환온은 자기가 세운 공로를 가지고 동진에서 군권을 다 장악하고, 낙양으로 천도할 것을 건의하였다.
>물론 이때에 낙양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진(秦)과 연(燕)과 더불어 대치하여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도읍을 옮길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진(晉)의 역사를 보면 옛날 조상들이 차지하였던 도읍지 낙양으로 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이제 동진의 조정에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조정에서는 많은 군대를 가지고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환온의 의견에 대 놓고 반대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싶어 했다. 왜냐하면 이미 서진이 멸망한 것은 60년 전의 일이고, 비록 서진의 멸망과 함께 오호를 피하여 남쪽으로 피난 나온 사람들도 이제는 남쪽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애써 잡아 놓은 터를 버리고 옛날 선조들의 고향인 북쪽으로 옮기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아는 저작랑인 손작(孫綽)이 낙양으로 도읍을 옮기지 말자는 상소문을 올렸다. 그 이유는 이러하였다. 이미 남쪽으로 내려와서 자리를 잡은 지 60년이 흘렀으니, 그때 내려온 사람들은 거의 다 죽었고, 그 아들도 이미 늙어 버렸으며, 손자들은 말로 만 들은 낙양에 대한 것 보다 당장 코앞에 있는 일들이 절박하다. 또 천도하고자 하는 낙양은 오래도록 폐허가 되다시피 하여 쓸쓸하기 그지없다. 고향을 수복하여 돌아 가 보았자 가서 고생만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외에 지금의 동진은 장강으로 북쪽의 오호들과 자연스러운 경계를 이루고 있으니, 구태여 북쪽 오랑캐와 경계를 맞대고 긴장된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급히 도읍을 옮기는 문제를 논의하지 말고 천천히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사마씨가 서진 말에 황제 두 명을 전조에 잡혀가서 죽는 수모를 당했으면서도 그 수모를 갚으려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코앞에 있는 이익과 편안함에 안주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안주하고자 하는 것이라도 목적을 이룰 수가 있겠는가? 한 번 뒤로 물러나면 두 번도 물러나게 되어 있는 법이다. 결국 동진은 멸망의 길로 접어 들어섰다.
>얼마 후에 환온은 군사력의 힘으로 황제를 내쫓고 간문제 사마욱을 세운다. 저태후도 근 30년 수렴청정 하였지만 이렇게 현상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가지고는 왕조를 지킬 방도를 갖지 못하였다. 환온의 동생 환현 시대에 와서는 드디어 동진의 황제에게 선양을 받는다. 물론 환현은 다른 군사세력 유유의 등장으로 물러났지만 이미 동진은 사마씨의 왕조는 아니었다. 진취적인 태도를 갖지 않을 때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그 어려움을 극복한 다음에 맛볼 즐거움을 위하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어려운 일은 되도록 회피하려고 한다. 퇴영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로 가는 신호이다. 그런 모습은 동진말에 있었다고 하여 오늘 우리들에게는 없는가 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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