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가서 북조를 통일하는 전진(前秦)으로 전연(前燕)에서 양침(梁琛)을 사신으로 보냈다. 이때에 전진의 황제는 영웅이라 할 부견(苻堅)이었고, 또 용맹한 장수 왕맹(王猛)이 버티고 있었다. 이때에 남쪽으로는 동진이 있어서 그 장수 환온은 북방정벌을 감행하려 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북방에 있는 전진과 전연은 우호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모용씨가 세운 전연은 내부적으로 다툼과 시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낙양에 들어 온 동진의 환온을 협격하여 승리한 모용수(慕容垂)의 권위와 명성이 높아지자 태부인 모용평이 그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말하자면 유능한 사람이 공을 세우면 그 공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공을 세우면 자기의 자리가 위태로워질까 시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전연의 조건이 제일 좋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알지만 양침은 전진과 외교적으로 우호관계를 맺어서 동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했다. 또 우호국이기는 하지만 전진에 대하여서도 국가의 위신을 세워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도 하였다.
그러한 양침이 전진에 도착하니, 전진의 왕 부견은 마침 사냥을 나갔다가 전연에서 사신이 왔다고 하니, 사냥하는 곳으로 오라고 불렀다. 이에 양침은 전진왕 부견에게 외국 사신을 예의를 갖추어서 맞이하라고 촉구하였다. 사냥터에서 외국 사신을 만나겠다는 것이 예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국가의 사신으로서 자존(自尊)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 문제로 전진의 관리와 토론을 벌이고서 양침의 논리를 당하지 못하자 결국은 부견은 행궁을 만들고 손님 맞을 준비를 다 한 다음에 맞이하고 연회를 베풀어 양침을 접대하였다. 양침은 자기는 전연을 대표하는 사신이기 때문에 자기 나라의 위신을 세우는데, 성공한 셈이다.
부견이 전연의 사정을 물으니, 모용평과 모용수가 뛰어난 인물임을 자랑하였다. 물론 모용씨 사이에 있는 시기와 질투 같은 것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양침의 형 양혁(梁奕)이 전진의 상서랑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진에서는 양침에게 그의 형 양혁의 집에 묵으라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형제간이기는 하지만 섬기는 나라가 다르니 공적으로 밖에 대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이러한 양침을 보고 전진왕 부견은 그를 오래 붙들어 놓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을 머물게 하였다가 돌아가게 했다. 예정보다 오래 전진에 머물러 있던 양침은 급히 전진에 대한 보고를 보고하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서 자기 나라 전연으로 돌아왔다. 이때 전연에서는 이미 모용씨 사이에 틈이 생겨서 명장 모용수가 견디지 못하고 전진으로 망명하였다.
전연으로서는 유능한 인재 한 사람이 전진으로 망명한 상황인데, 양침이 전진에서 오자 전진의 상황을 물었다. 양침은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말했다. ‘전진 사람들은 매일 같이 군대를 살펴보고 양식을 많이 모아놓고 있습니다. 저 양침이 이를 보건대 우리 연나라와 전진 사이에 맺은 화의는 반드시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지금 오왕 모용수가 또 그곳으로 가서 귀부하였으니, 전진은 반드시 우리 연을 넘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므로 의당 일찍 이것에 대비해야 합니다.’전진이 처 들어올 준비가 되어 있으니 대비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전연에서 실제로 권력을 쥐고 있는 태부이며 사도인 상용왕 모용평은 이러한 양침의 말이 마음에 안들어서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양침은 전진이 전연과 회의를 맺은 것은 동진의 환온이 북진하려는 것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화의를 한 것이지 진심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모용평은 다시 부견과 왕맹의 사람됨을 물었는데, 양침은 또 대단한 인물이라고 대답했다.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 위에 양침을 따라서 전진에 부사(副使)로 갔던 구순(苟純)이 양침이 전진에 가서 그곳의 장군 왕맹과 왕부견과 친했다고 하자 양침을 간첩이라도 된 양 감옥에 넣어 버렸다.
그러나 사태의 진전은 모용평이나 전연왕 모용위이 원하는 바대로 되지 않았다. 전진에서는 왕맹이 이끄는 군대로 전연을 정벌하였다. 그리하여 전연은 그 다음 해인 서기 370년에 멸망한다. 위기라는 말을 듣기 싫어 한 전연왕 모용위와 바보 같은 권력자 모용평이 스스로 망해 버린 것이나 같은 결과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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