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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약삭빠른 사예교위를 벌준 석호

서기 4세기 중국에는 남쪽에 동진(東晉)이 있었고, 북쪽에는 전조가 망하고 후조가 강성해지고 있었다. 그 외에 서북쪽으로 성(成)과 전량(前涼)이 있어서 서로 각축하며 긴장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시기에 중원지역에서는 먼저 일어났던 전조(前趙)가 망하고 다시 석씨(石氏)에 의하여 일어난 후조(後趙)가 중원지역의 강자로 나타났다. 비록 북쪽에 성(成)이라는 나라와 전량이 있었지만 중원지역에서 보면 서북쪽 귀퉁이에 있을 뿐 큰 세력은 아니었다. 후조로써는 다만 남쪽에 비록 중원에서 쫓겨 내려가기는 했지만 동진(東晉)과 맞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새로 왕조를 건설한 후조는 어떻게 하든지 국력을 튼튼히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한군데로 모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중원지역의 중심부라고 할 기주(冀州, 하북성의 중남부)에서 황충이 번져 나갔다. 황충이 몰려들어 푸른 잎은 다 갉아 먹어서 농사는 다 버리게 되었다.
이 무서운 황충의 재해가 기주에 속한 여덟 군으로 퍼져 나갔다. 걷잡을 수 없는 황충의 피해가 이렇게 널리 퍼졌으니, 후조로서는 큰일을 만난 것이다. 인심은 흉흉해질 수밖에 없었다. 경사(京師)지역의 치안책임을 맡고 있는 사예(司隸)교위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 방법을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황충이 번진 것은 태수들이 미리 이를 막지 못한데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책임을 묻자. 그러면 조정에서 책임자를 처벌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되고, 황충에게 농작물을 다 잃고 난 농민들도 마음속으로나마 후련할 것이니, 큰 치안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드디어 사예교위는 후조의 왕 석호(石虎)에게 건의하였다. ‘황충이 극성을 부린 것은 각 군의 태수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니 이들을 처벌해야 합니다.’이 건의는 조왕 석호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조왕 석호를 위한 방안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건의였다.
석호는 지금 후조를 세워서 왕노릇을 하고 있지만 원래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후조를 세운 석륵의 조카였고, 어려서 성격은 포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가 17세 때에 그를 죽이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데, 당시 후조의 왕인 석륵의  어머니가 반대하였다. “빠른 소는 송아지였을 때 대부분 수레를 부수어버리는 법이니, 너는 조금만 참아보아라.”정말로 석호는 자라면서 연전연승의 장수가 되었고, 끝내 석륵의 뒤를 이어서 조왕이 되었다.  
이러한 석호는 얄팍한 사예교위의 정책에 찬성할 수 없었다. 얄팍한 꾀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처사는 결국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오히려 더 큰 잘 못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정면으로 맞서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사예교위의 얄팍한 건의를 받은 석호는 ‘만약에 황충으로 벌어진 재앙이 정치적인 잘 못으로 인한 것이라면 최고 책임자인 왕에게 있는 것이지 지방관인 태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이는 모든 정치의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는 고대 정치적 이상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어려서 말썽꾸러기였던 석호가 이상적인 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였다. “사예가 정직한 언론을 올리지 아니하여 짐에게 허물이 이르지 않도록 보좌하려 하다가 죄 없는 사람들을 망령되게 모함하려고 하였다. 그러니 그를 백의(白衣)로 직책을 관장하도록 하라.”관직을 가진 관리가 잘 못을 저질러서 관복을 입지 못하고 근무하게 하는 벌을 내린 것이다. 그런 그에게 얄팍한 정략은 통하지 않음을 보인 것이다.
약삭빠른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그러나 이를 바로 보고 벌을 줄 수 있는 높은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안심할 수 있다. 그런데 높은 사람은 일이 잘 못 되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면서 밑의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 같다. 무식해도 좋으니, 석호 같은 사람이 기다려지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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