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륵(石勒)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진(晉)나라 시기에 만리장성 북쪽에 살던 이른 바 다섯 오랑캐들이 만리장성을 넘어서 중원 땅으로 들어 올 때에 이 틈을 타고 갈(羯)족인 석륵도 내려왔었다. 그런데 그는 담력이 있고 말을 타고서 활쏘기를 잘 하였다.
그때 진(晉)나라의 사마등(司馬騰)이 호족(胡族)을 잡아서 팔아 군대의 급식을 충당하는 바람에 석륵도 잡혀서 사환(師懽)이라는 사람에게 팔려서 노예가 되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사환은 석륵의 모습을 기이하게 생각하여 풀어주었다.
석륵은 사환의 집 근처에 말을 기르는 목장 근처에 살다가 목장의 우두머리와 더불어 장사들을 집결시켜서 도적떼를 만들었다. 그리고 공사번이란 사람이 군사를 일으키자 석륵이 수백 기병을 인솔하고 그에게로 갔다. 그러니까 어려서 노예가 되었다가 도적떼가 되었고 다시 장수가 된 입지전적인 사람이 된 것이다. 후에 석륵은 유연이 세운 전조(前趙)에 들어가서 장수가 되어 전투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 그리고 산동지역에서 강자가 되었다.
석륵은 드디어 전조에서 독립하여 서기 319년에 후조(後趙)를 세운다. 노예에서 왕조를 세운 것이다. 그리고 후조의 세력은 날로 커져 갔다. 그리하여 그 당시에 있던 어느 나라보다 강하고 큰 나라가 되었다.
이쯤 되자 그는 조금은 편히 즐기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도읍인 업(鄴, 하북성)으로 가서 궁궐을 크게 짓고자 하였다. 그런데 법률을 다루고 있는 정위(廷尉)인 속함(續咸)이 아픈 말로 궁궐을 지으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화가 난 석륵이 그의 목을 베려고 하였다.
이번에는 중서령 서광(徐光)이 말하였다. “속함의 말을 받아들이지는 않아도 되지만 그를 그대로 받아 주어야 합니다. 곧은 소리를 하였다고 하여 경(卿)의 자리에 오른 사람의 목을 벨 수는 없습니다.”옳은 말을 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앞으로도 옳은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고, 그렇게 되면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 조정이 되고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석륵이 탄식하며 말하였다. “임금이 되어서 스스로 이와 같은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구나! 필부가 집에 비단을 100필만 가득 차게 갖고 있어도 오히려 이것을 팔아서 집을 사려고 할 것인데, 하물며 부유하기가 사해(四海)를 가진 경우에야! 이 궁궐은 끝내 마땅히 지어야 할 것이지만 또한 칙령을 내려서 중지시켜 곧은 신하의 기개를 만들어주어야겠구나!”
필부였다면 돈을 벌어서 마음대로 쓸 수 있을 터인데, 천하를 다 가진 황제가 되어서는 마음대로 집도 하나 지을 수 없게 되었음을 한탄한 것이다. 그리고 석륵은 속함에게 비단 100필과 벼 100곡(斛)을 내려주었다. 또 공경 이하 관원들에게 똑똑한 사람을 천거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살 집인 궁궐을 짓기 보다는 명당(明堂)·벽옹(辟雍)·영대(靈臺) 같은 교육과 제사를 지내는 건물을 먼저 지었다.
얼마 전에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살 사저 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웠다. 이 번 만이 아니고 대통령이 물러날 때면 번번이 대통령이 물러나서 살 집 때문에 말이 많았다. 이는 그분들 주변에는 곧은 소리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도 된다. 곧은 사람 하나도 없이 정치를 하였다면 그 정치는 어떠했을까? 그러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상상하니 마음이 서글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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