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남북조 시대에 북위에서는 문명태후 풍(馮)씨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그녀는 권력을 장악하면서 국가를 안정시키고 사회질서를 잡는 방법으로 예(禮)의 실천을 특별히 강조하고 힘써 추진하였다. 그 결과 북위는 그 국가의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명태후도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사람이 있었다. 환관인 부승조(苻承祖)였다. 문명태후 풍씨는 원래는 북위의 포로로 잡혔다가 북위 문성황제의 귀인이 되었다가 황후가 되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9년이 지나서 문성황제가 죽자 태후가 된 사람이다. 그러나 이때에 겨우 23세였던 젊은 태후였다.
더구나 이 시기에는 자유분방한 것이 유행하였던 시기라 젊은 과부인 문명태후는 미모의 남자 환관을 가까이 두었던 것이다. 이것이 못마땅하게 여겼던 헌문제가 문명태후 주변의 환관을 바꾸는 작업을 하였는데, 그후에 헌문제는 병사한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문명태후에게 독살되었다는 말이 있다. 이것으로 보아서 문명태후가 미모의 환관을 아끼는 것은 상상 이상의 것이라고 보아도 된다.
그러하니 문명태후에게 뽑힌 부승조의 권력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드디어 고급관직인 시중을 거쳐서 행정부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관하는 직책인 지도조사(知都曹事)에 까지 이르렀다. 뿐만 아니었다. 문명명태후는 자기가 아끼는 부승조에게 특별한 조서까지 내렸다. 이름하여 ‘불사(不死)’의 조서라는 것이다. 즉 죽을죄를 지어도 죽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가 받아들이는 뇌물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 부(苻)씨의 친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승조에게 달라붙었다. 그리하여 이익을 취하였다. 그러나 단 한사람 그의 이모인 양(楊)씨만은 그러하지가 않았다. 그녀는 요(姚)씨에게 시집을 갔으나 생활이 어려웠다.
부승조의 어머니는 그녀의 동생 양씨가 너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보다 못하여 때로는 의복을 내려 주었다. 오늘 날과는 달리 옷감이 귀한 시대에 옷을 내려 주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더구나 다 낡은 옷을 입어야 하는 양씨에게는 큰 선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받지 않았다. 그러자 딱하게 생각한 부승조의 어머니는 억지로 동생에게 내려 주었다. 그러니 감히 거역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받아가지고 와서는 땅에 묻어버리고 입지 않았다. 그리고 “내 남편의 집안은 대대로 가난하니 좋은 의복은 사람을 불안하도록 만듭니다.”라고 하였다.
또 노비를 내려주기도 했다. 노비는 당시에 농업생산력을 높이는 아주 훌륭한 재산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받지 않으면서 “나의 집은 먹을 것이 없어서 키울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또 걸어 다니는 것을 보다 못하여 수레를 내려주고 타고 다니게 하였으니 역시 거절하였다. 그러자 부승조가 수레를 그녀에게 보내서 맞이하였으나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억지로 사람을 시켜서 껴안고 수레 위에 올려놓으면 크게 곡을 하며 말하였다. “너희들이 나를 죽일 셈인가!”이러하니 부승조는 그 이모를 ‘미련한 이모’라고 하였다.
그러나 부승조를 지탱해 준 문명태후가 죽었다. 그러자 그의 부정한 것들이 밝혀지고 부승조는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비록 문명태후가 내려준 ‘불사(不死)’라는 조서 때문에 죽지는 않았으나 그에게 붙어서 먹었던 친척들도 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지은 죄에 따라서 화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이모 양씨는 특별사면을 받아서 무사하였다. 미련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권력이란 촛불과 같은 것이어서 밝은 것이지만 가까이 가면 타버린다. 여름에 모기 잡는 전등은 바로 타 죽을 줄 모르는 어리석은 모기를 유인하는 도구이다. 권력도 마치 모기 잡는 전등이 아닐까? 권력에 가까이 가지 않는 사람이 미련한가? 아니면 이익을 보려고 가까이 가는 사람이 미련한가? 인생은 장거리 여행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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