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젊은이들 가운데 부모 탓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딴에는 열심히 공부도 하고 스펙도 쌓으면서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빈 메아리뿐이니 부쩍 배경이라도 좋으면 이런 일이 없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부모가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자식 뒷바라지할 힘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고생은 안 해도 될 터인데 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도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있고,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한 사람이 있게 하는 데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배경도 무시 못 한다는 경험이 이러한 말을 남겨 놓았을 것이다.
그렇 생각한다면 제일 좋기로는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별안간에 누군가가 나를 황제로 시켜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을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아무런 노력이나 능력을 갖추지 아니하였는데 황제를 시켜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아마 로또에 당첨된 것 보다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별안간에 13살짜리가 생각지도 않게 황제가 된 일이 있었다. 위진 남북조 시대 남조 송(宋, 劉宋이라고 함)의 유준(劉準)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보다 앞서 있었던 송의 황제는 그의 형 후폐제 유욱(劉昱)이었다. 그 아버지 뒤를 이어서 황제에 올랐으나 도대체 황제 감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에는 총명하였지만 기행(奇行)을 일삼았다. 아침에 대나무 장대에 올라가서 놀다가 밤이 되어서야 내려왔고, 황제가 되어서도 평복으로 하고 시장에 나가서 사람들과 싸움하다가 욕을 먹기라도 하면 오히려 기뻐하였고 하루에 한명이라도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그날은 기분 좋지 않아했다. 그러니 정상은 아니었다.
이런 만행은 당시 군권을 갖고 있는 소도성(蕭道成)까지 죽이려고 위협하자 드디어 소도성이 그를 내쫓고 그의 동생 유준을 황제로 옹립한 것이다. 유준은 명제의 셋째로 태어났다가 그의 형이 기행을 하다가 쫓겨나는 바람에 황제가 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복 터진 것이다.
그러나 거저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어서 막대한 돈을 사회에 내 놓는 빌게이츠조차도 내 놓은 돈이 다시 그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기부를 한다니 공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각설하고, 소도성이 유준을 황제로 옹립한 것은 그를 징검다리로 하여 자기가 황제가 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황제 자리를 두고는 부자간·형제간에도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판에 소도성이 유준에게 황제자리를 공짜로 준 것일 리가 없다. 다만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때가 되었다. 유준이 황제가 되어 2년쯤 되는 해에 드디어 소도성이 송을 대시하여 제(齊)왕조를 세울 시기가 된 것이다. 그동안 소도성이 황제가 되는 것을 반대할 것 같은 사람은 하나씩 제거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준은 자기도 모르게 소도성에게 황제의 자리를 선양한다는 조서를 내렸다.
그래서 황제자리를 선양하는 의식에 유준이 나아가야 하지만 이에 이르니 죽을까 겁이 나서 불교 법당을 숨었다. 나타나지 않으면 유준의 목숨이 위험해 질 거라고 생각한 그의 생모인 태후가 불러서 밖으로 나온 그는 첫 마디가 ‘나를 죽일 것인가?’였다. 비록 안 죽일 것이라는 대답은 나왔지만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독백처럼 외쳤다. ‘바라건대 뒤에 태어날 몸은 세세토록 다시는 천왕(天王)의 집안에 태어나지 말지어다.’이러한 말을 한 제왕은 역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명(明)나라의 마지막 임금 숭정황제도 그 딸을 붙잡고 ‘네가 왜 내 딸로 태어났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모두 자기 힘을 들이지 않고 얻었던 사람들이 맞은 비극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반론할지 모르지만 부모의 유산을 받고 그것을 지킬 만큼 노력한 것은 실상을 보지 못한데서 오는 착각이다. 성공한 사람이 제대로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자식을 교육시킨 과정과 이를 잘 견뎌낸 아들의 노력을 보지 못하고 한 생각이다.
사실 성공한 이들의 노력만큼 혹은 그보다 더 노력하고 애써도 성공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인데, 공연히 부모 탓, 환경 탓 하는 사람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어느 누군들 공짜로 얻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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