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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


우리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있다. 그뿐인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비슷한 속담이다. 정말로 어릴 적의 모습에서 그 사람의 일생을 짐작해 볼 수 있을까? 중국의 위진남북조 시대의 남조 송(宋)나라에서 황제에 올랐다가 첫 번째로 쫓겨난 사람이 있었다.
역사에서는 이를 전폐제(前廢帝)라고 불리는 유자업(劉子業)이다. 유자업은 16살 되던 해에 그의 아버지 유준(劉駿)이 11년 동안 황제 노릇을 하다가 겨우 35세 되던 해에 죽자 그 뒤를 이어 황제가 되었다.
이 시대에는 이른 바 자유주의가 성행하던 시기였다. 이른 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영향을 받아서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이 멋있다고 보던 시대였다. 그런데 시대가 아무리 멋대로 하는 것을 숭상한다고 하여도 나라를 이끌어 가야하는 황제는 나라의 중심이므로 그 좋은 자유보다 자기를 얽어매는 법도를 지켜야 나라가 제대로 된다. 만약에 나라의 중심인 황제조차 이러한 풍조에 휩싸인다면 그 왕조는 위태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자업은 황제에 오르는 시점부터 멋대로 행동하였다. 황제의 자리는 한 시간도 비워 놓을 수 없으므로 아버지의 주검을 옆에 두고라도 황제에 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법도였지만, 인간적으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최소한도의 슬픔을 느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부상서 채흥종(蔡興宗)이 친히 황제의 옥새와 인수를 받들었으며 태자가 그것을 받았는데, 거만하고 게으르며 슬퍼하는 모습이 없었다. 아버지의 상(喪)을 당한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를 보고 나온 채흥종이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노(魯)의 소공(昭公)이 슬퍼하지 않자, 숙손목자(叔孫穆子)가 그가 끝을 마치지 못할 것을 알았다. 가정과 국가의 재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채흥종은 옛날 춘추시대의 사례를 들어 말한 것이다. 춘추시대에 노나라의 양공(襄公)이 죽었는데 소공(昭公)이 추대되었다. 이를 본 숙손목자(叔孫穆子)는‘이 사람은 상중(喪中)에 서러워하지 않고 서러워해야 할 때 기쁜 용모를 하고 있다.’라고 하며 소공의 최후가 좋지 않으리라 단정하였던 일이 있는데, 채흥종은 유자업을 보고 그 최후가 좋지 않을 것을 예언한 셈이다.
이러한 일은 유자업의 어머니가 병이 들어 위독하게 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어머니 태후가 병이 위독하게 되자 아들인 황제 유자업을 불러 오게 하였다. 어머니로서는 임종을 앞 둔 마당이 당연히 그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되면 아무리 바빠도 열일을 제쳐 놓고라도 달려가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이것은 무슨 법도에 얽매여서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자기 어머니가 위독하여 보자는 전갈을 받은 유자업은 말하였다. “병자의 방에는 귀신이 많은데 어찌 갈 수 있는가!”라고 하며 임종을 거부한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그 어머니 태후는 화가 났다. “칼을 갖고 와서 나의 배를 갈라라. 저렇게 비린내 나는 아이를 어떻게 낳을 수 있었는가!”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저럴 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 후 바로 태후는 죽었다.
이러한 사람이니 그가 행한 정치인들 오죽했겠는가? 그를 황제에 오르게 한 채홍종이 간언을 했지만 듣지 않았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인데, 황제에게 올바르게 하라고 간언하는 사람을 멀리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아부하는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게 하니 정치는 점차 어지러워졌다. 그리고 결국 쫓겨났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걸림 없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자유가 가져다 준 결과다. 책임 없는 자유! 요즈음도 유행하는 풍조다. 그것이 일시적으로는 멋있어 보이지만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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