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 송의 문제 유의륭이 황제에 오른 지 27년이 되는 해에 역시 등극한지 27년이 되는 북위의태무제 탁발도(拓拔燾)가 송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북조를 통일했으니 남조까지 멸망시켜서 진시황제를 닮아 대일통을 달성해 보려는 속셈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그것을 성공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모두 통일은 좋은 것이라고 하니까.
이 정보를 입수한 송의 문제는 장강 이북에 사는 주민을 모두 장강을 건너 남쪽으로 오게 하고 그 일대에는 성이건, 건물이건, 배건, 수레건 모두 불태우게 하였다. 이른 바 청야작전인 것이다. 적이 들어온다고 하여도 현지에서 보급품을 구할 수 없게 하여 오래 머물 수 없게 하려는 대책인 셈이지만 싸우기 전에도 이미 집과 재산을 잃는 비극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북위의 군대는 남쪽으로 내려와서 우이(盱貽, 강소성 우이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북위의 황제인 탁발도가 직접 내려왔고 이를 막는 송의 장수는 장질이었다. 장질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탁발도가 장질에게 술을 달라고 하자 장질은 오줌 한 통을 보냈다.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다. 탁발도가 우이성을 공격하면서 자기가 데리고 온 병사들은 주변의 소수민족들이니 싸우다 죽어도 북위의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장질에게 공갈하였다. 그러자 장질은 ‘그대가 보내 온 칼로 당신을 자르겠다.’고 응수하였다. 심리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심리전에서 이기지 못한 탁발도는 화가 나서 쇠로 상을 만들어서 철침(鐵針)을 꽂아 놓고 장질을 잡으면 그 상위에 올려놓겠다고 별렀다. 그러자 장질은 탁발도에게 끌려 온 북위의 병사들에게 ‘너희 주군이 너희들을 죽여도 상관없다고 말한’ 편지 내용을 알려 주면서 탁발도의 목을 베어 오면 만호후로 책봉하겠다고 격문을 보냈다.
더 이상 시리전이 안 통하는 것을 안 탁발도는 총력을 기울여 우이성을 공격했다. 북위는 갈고리로 성을 무너트리려고 했고, 또 충차(衝車)로 성을 허물어 버리려고도 했다. 나중에는 북위의 병사들이 맨몸으로 성에 다가와서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교대로 성에 오르려고 하는데 떨어지면 다시 오르고 하면서 물러나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로 사생결단하는 공격이었지만 장질은 잘 막았다. 그래서 죽고 부상당하는 북위의 사람은 1만 명을 헤아리니 시체가 성의 높이와 같게 되었다. 북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맹공을 퍼 붓기 30일이 되어도 우시성은 함락되지 않았는데, 전염병까지 돌았다. 탁발도는 하는 수 없이 공격도구를 불사르고 군대를 퇴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물러나면서 순순히 떠나지는 않았다. 북위의 군사들은 이기지 못한 분풀이를 송의 다른 지역을 지나면서 공격하였다.
그리고 어른을 만나면 목을 베거나 아니면 사지를 절단했다. 어린애를 붙잡으면 이를 창끝에 꿰어가지고 빙빙 돌며 춤추는 것이 마치 장난감놀이를 하듯 하였다. 마치 우이성에서 실패한 보복이라도 하는 듯 했다. 그래서 북위의 군사들이 지나간 자리는 초목이 없는 적지(赤地)가 되었다. 그렇지만 북위의 군사와 군마 가운데 죽거나 부상을 당한 것이 역시 절반을 넘었다. 송과 북위가 서로 상대를 멸망시키려고 전쟁을 하였다가 피차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무엇인가 더 얻으려고 일으킨 전쟁은 양쪽을 다 패배자로 만들었을 뿐이다. 어느 전쟁인들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는가?
남선북마(南船北馬), 남쪽에서는 배를 타야 했고 북쪽에서는 말을 타야할 만큼 환경이 다른 남조와 북조가 통일해야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국내를 통일에 성공한 북위가 그 욕심 때문에 일으킨 것일 뿐이다. 그 욕심이 많은 사람에게 비극을 가져 온 것이다. 어디 남북조 시대 뿐만 이겠는가? 우리가 겪은 6.25도 바로 대결 속에서 상대방을 없애려는 정치지도자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힘없는 민초들만 죽어야 하는 비극뿐인 전쟁은 모두 정치지도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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