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164 article Join Login
 
<제125화> 수천 명을 살린 곧은 말 한마디


보통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번 간단히 거짓말을 하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무리 곧은 사람이라도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북위시대에 북위 황제 탁발도(拓拔燾)는 북위의 역사를 남기고 싶었다. 그리하여 한족(漢族)으로 북위에서 신임을 받고 권력을 흔들었던 최호(崔浩)에게 ≪국기(國記)≫라는 북위의 역사를 쓰게 하면서 고윤(高允)과 더불어 이 일을 하게 하였다. 이 책이 완성되자, 최호는 자기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 책의 내용을 돌에 새기어 세웠는데, 3백만 전의 경비를 사용하였다. 최호는 위대한 저작을 완성하여 이를 기화로 더욱 유명해 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호는 북위 황제의 조상들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썼던 것이다. 사실대로 역사를 쓴 것이니 당연히 북위의 황족인 탁발씨들은 과거에 야만적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돌에 새겨서 늘어놓았으니, 대 놓고 탁발씨를 만천하에 창피를 준 꼴이 되었다. 이 사실을 안 황제 탁발도는 크게 화를 냈고, 최호는 필화를 만나서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이 필화는 당연히 최호와 함께 이 책을 저작한 고윤에게도 미치게 되어 있었다. 최호가 체포되자 북위의 태자는 그의 스승이었던 고윤도 잡힐까 걱정하여 고윤을 불러서 그날 밤에 태자궁에서 재우면서 내일 황제를 만나거든 그 역사는 최호가 쓴 것이고, 자기는 시키는 대로만 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하였다. 태자가 고윤을 어떻게든 필화에서 벗어나 살리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태자는 아버지 탁발도에게 고윤은 최호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니 죄가 없다고 미리 변명까지 해 두었다.
이제 고윤은 황제를 만나서 눈 딱 감고 모든 죄를 최호에게 뒤집어씌우면 죽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고윤을 차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기는 늘 황제 앞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잠시 갈등을 겪었게 지만 고윤은 사실대로 말하였고, 황제는 고윤의 죄가 오히려 최호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황제는 다시 태자가 말한 대로 최호가 시키는 대로 쓴 것이냐고 물었지만 고윤은 태자가 자기를 살리려고 그리 말한 것일 뿐이며, 오히려 최호는 그 책의 대강(大綱)을 결정하였을 뿐이며, 저술은 자기가 최호보다 많이 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제 고윤은 필화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게 되었다.  역시 죽음을 앞에 두고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모습을 본 황제는 태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정직하구나!”하면서 죽음을 앞에 두고도 임금을 속이지 않려려 한 것을 칭찬하며 사면하였다. 그리고 최호를 불러 신문하는데, 대답하는 것에 조리가 없었다. 결국 최호를 죽이기로 마음먹은 황제는 고윤에게 그 내용으로 조서를 기초하라고 하였다. 이제 황제의 뜻대로 쓰기만 하면 만사가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황제를 보고 역사는 사실대로 쓴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는 최호에게 죄를 줄 수 없다고 하였다.
탁발씨가 야만이었다고 쓴 것 때문에 최호가 죽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실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황제는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몇 번 죽음에서 살리려고 했건만 다시 황제의 심경을 건드린 것이다. 황제는 무사로 하여금 고윤을 체포하게 했다. 그러나 황제는 죽음을 앞에 두고도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고윤에게 감동하였다. 그리고 곧 고윤을 풀어 주며 말하였다. “이 사람이 없었으면 응당 수천 명의 죽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최호는 이 일로 죽었지만 이 필화사건은 축소된 범위에서 마무리 되었다.  고윤이라고 목숨을 아까와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이 이 시대에 얼마나 있을까?


Prev
  <제126화> 전쟁이 가져 온 비극

권중달
Next
  <제124화> 나라의 보배인 신하

권중달
List


Copyright 1999-2026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