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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운명


동진의 황실은 이미 그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새로운 왕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주인공은 앞에서 이미 말한 대로 유유(劉裕)였다. 그러나 유유가 태위가 되어 별안간 권력을 잡아 가자 이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면서 그를 제거하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유의(劉毅)였다. 고래싸움이 시작 된 것이다.
사실 유의는 환현이 반란을 일으키고 초(楚)라는 나라를 세웠을 때에 유유 등과 더불어 동진의 환현을 토벌하여 동진 왕조의 위기를 구했던 공로를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노순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에도 이를 토벌하는 싸움에 참여하였으므로 동진에서는 유유에 못지않은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동의 적이 물러 간 자리에서는 전에 우리 편이었던 사람끼리 자웅을 겨루게 되는 것이 세상사다. 결과적으로 유유는 태위가 되어 권력을 잡았지만 유의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의는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한 유유에 비하여 자못 문장도 좀 알았으니, 유유보다 나은 자기가 자기보다 못한 유유 밑에 있는 것에 속으로 불만하면서 언젠가는 유유를 도모하려고 하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유유가 권력을 잡고 있으니 그저 임시로 그에게 복종하는 우선 차근차근 준비를 하였다.
그래서 유의는 유유에게 복종하는 척 하면서 유유에게 장강의 상류지역을 다스리는 관직을 요구하였다. 장강의 상류지역을 다스리게 되면 언제든지 장강에 배를 띄워 물을 따라서 내려오면서 유유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유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뿐만 아니었다. 유의는 유유를 포위하려는 생각을 가졌는지 남부지역을 관리할 수 있는 관직을 달라고 하였는데 이것도 유유는 선선히 그 요구를 들어 주었다. 유의는 눈에 띄게 서부와 남부에서 세력을 키우면서 유유를 옥조이는 조치를 해 나갔지만 유유는 여전히 유의의 요구를 들어 준 것이었다.
이렇게 속에서 유의는 본격적으로 자기 기반을 다지는 조치를 취하였다. 유의가 자기의 근거지인 강릉에 들어오자 바로 그 지역에 있는 군수 등 지방관을 자기편 사람으로 모두 바꾸었다. 또 유의가 병이 나자 자기를 대신할 사람으로 자기의 사촌동생 연주(兗州, 강소성 양주시) 자사 유번(劉藩)으로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런데 유유는 여전히 유의의 이 요구마저 들어 주었다.
겉으로 준비하고 행동하는 유의에 비하여 유의의 요구를 들어 주면서 속으로 치밀하게 준비하는 유유의 대결 방식이다. 마치 두 마리의 고래가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양상이었다. 은인자중한 유의가 이길 것인지 매사에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며 준비를 해 나가는 유의가 승리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큰 싸움이 벌어질 때에는 그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되는 것이 새우들이다. 아무런 힘없는 새우가 잘 못 줄을 섰다가는 어느 때, 누구에게 잡혀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번은 이런 사정을 모른 채 당장 유의의 제2인자가 된 것만 좋아했는지 모를 일이다. 또 유번 때문에 그의 친구 사혼(謝混)도 끌려 들어갔다. 사혼은 전진 부견의 남침을 막은 동진의 재상 사안(謝安)의 손자였지만 자기가 새우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겉으로 힘이 있어 보이는 유의의 사촌동생 유번과 가깝게 지내면서 떡고물이라도 얻으려고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사혼의 사촌형 사담(謝瞻)은 보잘 것 없는 처지에 권력 싸움에 끼어 있는 유번과 가까이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사혼은 오히려 권력 있는 유번과 관계를 끊지 않고 오히려 사담과 멀리하였다.  
그런데 때는 다가 왔다. 은인자중하던 유유가 칼을 빼들었다. 먼저 태위인 유유는 유번에게 조정으로 들어오게 하고 잡았다. 유의가 유번, 사혼을 데리고 반란을 모의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저 조그만 이익을 보려고 유의에게 붙었다가 잡혀 죽은 것이다. 권력의 속성을 모르면 권력의 근처에도 가서 안 되는 것이 새우의 처신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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