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조의 양(梁)을 세운 무제 소연(蕭衍)은 무려 48년이나 황제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고 불교를 독실히 믿었던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는 후경에게 궁궐에 갇혀 있다가 굶어 죽었는데, 이때 꿀물 한 숟가락을 달라고 하여도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래 황제 노릇하였지만 비극적인 생을 마친 셈이다. 그 개인의 생활모습은 검소하고 모범적이었다. 그 자신이 한 말을 보면, 제사 지내면서도 전에는 제물로 쓰기 위하여 짐승을 잡았지만 오랫동안 잡아 죽이지 않았다. 또 조정에서 모임이 있을 때라도 음식은 채소뿐이었다는 것이다. 더 이살 줄일 수 없을 만큼 검약했다는 것이다.
그 스스로는 공적(公的)으로 여는 잔치가 아니면 나라의 음식을 먹지 않았고, 그것은 비단 양무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궁중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서도 역시 나라의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였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할 만 하다.
또 양무제는 30여 년 동안을 부부가 함께 쓰는 침실과 떨어져 자기만의 거처를 마련하고 단지 하나의 침상만 놓고 살았는데, 거기의 가구는 조각하거나 장식한 물건을 들여오지 않았고, 또 술을 마시지도 않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정식의 연회가 아니면 주하지 아니하였다. 그러하니 음란이라는 말은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또 그가 집무하는 모습을 보면 3경(更)에 나가 일을 처리하면서 일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일이 적으면 오전에 마칠 수가 있었고, 일이 많으면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서야 바야흐로 식사를 하였다. 그래서 밥은 하루에 항상 한 끼만 먹어서 허리가 10위(圍)였던 것이 줄어들어 2척(尺)이 좀 넘는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말은 모두 양무제 자신이 한 말이다. 이 말은 하침이라는 신하가 당장 고쳐야 할 네 가지 일을 건의한 것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하고 내 뱉은 말이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대단한 자랑이 숨겨져 있다. 아마도 양무제는 불교를 독신(篤信)한 사람이어서 자기의 절제가 대단한 사람이었고 불교의 교리를 철저히 지키고 실천하려고 애썼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을 할 수가 있었을 터였다.
그에 관한 역사 기록을 보면 오랫동안 재계(齋戒)하며 생선과 고기를 끊었고, 하루에 단지 한 끼를 먹으면서도 오로지 채소국·현미밥을 먹었을 뿐이었고, 어떤 때 일이 번거롭기라도 하여서 정오(正午)가 지나면 다만 양치질만 하고 넘겼다고 하였다. 또 베옷을 입었으며 목면으로 만든 검은 장막을 사용하였고 관(冠) 하나를 가지고 3년을 쓰고 이불 하나로 2년을 썼는데 후궁(後宮)에 있는 귀비(貴妃) 이하의 사람들은 옷이 땅에 끌리지 않도록 하였다. 비록 어두운 방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의관(衣冠)을 다듬었고 조그만 곳에 앉아 있거나 아주 더워도 소매를 걷어 올린 적이 없고 궁정 안의 작은 신하 환관(宦官)을 대하면서도 마치 큰 손님을 만나는 것처럼 하였다.
사실 양무제의 이러한 말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으니, 자기가 잘 못하는 것을 지적 받고는 화가 날만도 한 일이다. 문제는 그러한 그가 이 말을 한 지 3년 만에 후경에게 연금되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자기는 정치를 잘하였으며 잘 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왜 그러한 결과를 가져 왔을까?
이러한 결과는 양무제가 독신하였던 불교의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논리를 가지고 본다면 역시 그렇게 비극을 맞을 수밖에 없는 원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그 개인은 검소했을지 몰라도 황제인 그가 사인(士人)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 너무 지나쳐서 주목(州牧)·군수들 대부분이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아 차지하고 사신들은 군현(郡縣)을 간섭하며 어지럽게 하였다. 또 가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소인(小人)들에게 일을 맡기니, 자못 가혹하게 살피는 일로 다치게 하였다. 큰 잘 못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마치 재벌의 창업주가 아들을 방종하도록 내버려 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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