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는 호태후의 권력 농단을 이어서 이주(爾朱)씨가 권력을 농단하여 기울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고환(高歡)이 이주씨를 토벌하고 새로이 세운 황제가 원수(元修) 효무제이다. 원수는 비록 북위의 효문제(孝文帝)의 손자이긴 하여도 이주씨가 하음(河陰)에서 문무백관을 모조리 도살할 때에 도망하여 살길을 찾아서 민간 속으로 들어가서 시골 농사꾼이 되어 있었다.
이러할 때에 원수의 심복이며 좋은 친구인 왕사정이 이리저리 찾다가 겨우 찾아왔고, 그래서 황제가 된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혈통만 북위 황실이지 스스로 자기의 자리를 만들어 간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원수는 사실상 고환에게 큰 신세를 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단 황제의 자리에 올라서는 권력을 휘두르는 고환에게 못 마땅한 생각을 가졌고, 결국은 고환과 대결하는 국면까지 갔다. 외형적으로 보면 황제인 원수와 대승상인 고환의 대결이란 맞는 말이 아니지만 실제를 본다면 반드시 고환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고환과 원수는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고환이 이주씨를 쳐부수고 당시의 황제인 절민제 원공을 폐위할 때에 표면적으로는 이주씨가 세웠기 때문에 폐위한다고 하였지만, 원공이 똑똑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인 점을 생각해 보면 원수는 황제로 세운다고 하여도 황제의 지위를 가지고 고환과 대결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원수는 군사 10만명을 챙겨가지고 하교(河橋, 황하대교)에 주둔하고서 곡사춘(斛斯春)을 선봉으로 삼고 망산(邙山)의 북쪽에 진을 쳤다. 고환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일단 군사를 동원했으니 이겨야할 상황이었다. 이 일을 맡은 곡사춘은 고환이 멀리서 오느라고 피곤해 지쳐 있을 것으로 보고 군사 2천명을 데리고 황하를 거너 고환의 군대를 공격하게 해달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원수는 일리가 있는 방책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허락하려고 하였다. 이때에 옆에 있던 황문시랑 양관(楊寬)이 황제 원수에게 유세하였다. 원수가 황제에 오른 다음에 항상 곁을 맴돌던 사람이다. “고환이 신하로서 임금을 토벌하는데, 어떤 문제인들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지금 군사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다른 변화가 발생할까 두렵습니다. 곡사춘이 만약 황하를 건너서 만의 하나 공로를 세워서 한 명의 고환을 죽인다 하여도 다른 한 명의 고환을 낳게 될 것입니다.”
곡사춘을 보내서 곡사춘이 고환을 죽이게 된다면 곡사춘이 다시 고환같이 전권을 휘두를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 예상할 수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황제인 원수 스스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능력을 있으면서 황제에게 꼼짝도 못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설혹 그러한 사람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볼 안목이 이어야 하는데...
결국 곡사춘은 출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탄식하였다. “최근에 형혹성(熒惑星)이 남두성(南斗星)에 진입하였으나, 지금 황상께서 주위의 이간질을 믿고 나의 계책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찌 하늘의 이치이겠는가?”남두육성(南斗六星)이란 천묘(天廟), 하늘의 사당을 상징하며, 형혹성(滎惑星)은 벌성(罰星)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별자리를 해석하면 남두성이 형혹성에 들어갔으니 천자의 지위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곡사춘은 그것이 운명,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러한 상태이니 황제인 원수가 지휘하는 군사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결국 고환이 황하를 건너고, 고환의 편에 붙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는 수 없이 황제 원수는 장안으로 도망하였지만 거기서인들 스스로 힘이 없는데, 원하는 황제 노릇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우문태에게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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