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시대 남조 양무제의 태자(太子) 소통(蕭統)은 훌륭한 사람으로 알려 졌다. 그가 남긴 “문선(文選)”은 시문(詩文)을 가려 뽑아 놓은 책으로 오늘날까지 그의 시호를 붙여‘소명문선’으로 불리는 고전이 되었다.
태자가 된 뒤로 그의 아버지 무제는 그에게 정치를 맡겼는데, 역사책에는 ‘백관이 올리는 업무가 태자 앞에 쌓이고 맡겨지면 태자는 잘못된 것을 분별하였고, 가을철의 터럭 같은 것이라도 반드시 가렸으나 다만 명령하여 개정하게 하였으며 조사하여 탄핵을 덧붙이지 않았으며, 송사를 평등하게 결단하여 대부분 온전히 방면하였고 너그럽게 용서하여 무리를 화합시켰으며, 기뻐하고 화를 내는 것을 안색에 드러내지 않았다.’고 극찬 하고 있다.
이러한 그에게도 죽을 때까지 부끄러워한 일이 있었다. 그의 생모인 정귀빈(丁貴嬪)이 죽자 길지를 골라 장사를 치르고자 장지를 찾았다. 이 사실을 안 어떤 땅을 가진 사람이 자기 땅을 팔고자하여 양무제를 모시는 환관 유삼부(兪三副)를 찾아가서 뇌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면서 태자에게 그 땅을 팔아 300만전을 받으면 100만전을 주겠다고 하였다.
돈에 욕심을 낸 환관 유삼부는 황제 소연에게 현재 태자가 정귀빈을 장사지내려고 매입한 땅에 정귀인을 장사 지내면 황상에게 좋지 않고 다른 땅으로 바꾸어야 황제에게 좋다고 말하였다. 황제 소연은 이 말을 듣고 아들 태자에게 그 땅을 팔고 다른 땅을 사서 장사지내라고 명령하였다. 태자는 하는 수 없이 땅을 바꾸어 장사지냈다.
그런데 어떤 도사가 그 정귀빈의 무덤을 보고 이 땅은 태자에게 좋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미 장사를 지냈는데 바꿀 방법이 없자 도사가 시키는 대로 비방책(祕方策)을 썼다. 즉 정귀빈의 묘지에서 장자에 해당하는 위치에 밀랍으로 만든 거위와 여러 물건을 묘 옆 장자의 위치에 묻었다. 액땜을 하려는 것이었다.
사실 액땜을 위해서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자칫 황제에게 액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오해 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비밀리에 진행 된다. 하지만 태자의 측근인물들 밖에 알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태자에게 총애를 받았던 사람들 간의 권력 다툼 속에서 이 비밀이 터져 나왔다. 궁감(宮監)인 포막지(鮑邈之)와 위아(魏雅)는 처음에 모두 태자에게 총애를 받았으나 포막지가 나중에 위아에게 소외당하자 마침내 위아를 끌어 내리려고 은밀히 상주문을 올려 말하였다. “위아는 태자를 위하여 엽승과 기도를 하였습니다.”황제 소연이 사람을 파견하여 조사하고 파내어 보니 과연 거위 같은 물건을 얻었다.
황제는 크게 놀라서 곧 그 일을 캐내려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태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애꿎게 화를 당할 수가 있었다. 다행하게도 서면(徐勉)이 이성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여 황제에게 이 일을 확대하면 안 된다고 하여 다만 도사를 주살하는 선에게 일을 끝냈다.
사실 이 일의 발단은 땅을 팔려는 사람과 뇌물을 받고 땅을 바꾸게 한 환관에게 있다. 뿐 만 아니라, 환관의 말을 듣고 어리석게 태자에게 장지를 바꾸라고 한 황제에게도 있으며,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하니까 비방을 하도록 한 태자에게도 있다. 모두가 자기 개인의 이해를 기준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일은 정말로 공정하게 처리하였지만 자기에게 손해가 닥친다니까 이런 짓을 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공명정대한 인물이라고 하여도 자기의 이해관계에 관계된 일에서는 이성을 잃는 수가 많다. 그러기에 공명정대하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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