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후가 명제 원후를 독살하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북위에 큰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북위의 북해왕인 원호는 남조의 양(梁)으로 투항하여 양무제 소연으로부터 위왕(魏王)으로 책봉되었다. 양으로서는 북위를 괴뢰 정부로 만들고자 한 것이고, 원호는 이를 이용하여 북위의 황제가 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드디어 양무제 소연은 동궁직합장군(東宮直閤將軍)인 진경지(陳慶之)를 파견하여 병사를 거느리고 원호(元顥)를 호송하여 북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원호가 북쪽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원호는 수양성(睢陽城, 하남성 상구현)에서 단(壇)을 만들고 그 위에 올라가서 횃불을 밝히고 번요(燔燎)를 지내고 수양성의 남쪽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기원을 효기(孝基)로 까지 고쳤다. 다른 사람이 인정하든 말든 스스로 황제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낙양으로 향하였는데, 도중에 전투를 벌이기는 했지만 드디어 원호는 낙양궁에 들어갔다. 이주영이 세웠던 북위의 황제 원자유(元子攸)는 도읍인 낙양으로 버리고 산서의 장자(長子)로 철수하였으니, 원호는 실제로 북위의 황제가 된 셈이다. 그러자 다시 기원을 건무(建武)로 고치고, 크게 사면하였다. 또 자기를 도와 준 진경지를 시중·거기(車騎)대장군으로 삼고 식읍 1만 호를 늘려주었다. 황제 노릇을 한 것이다.
이때에 물론 호태후와 유제를 죽이고 새로운 황제 원자유를 세운 이주영은 원호를 막아야 했다. 그리하여 이주영과 원호는 더불어 황하 근처에서 서로 버텼다. 이주영은 군사력으로 북위의 권력을 장악한 사람이고, 원호는 이에 대하여 남조 양무제에게 기대어 북쪽으로 와서 황제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누가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었다. 혼란을 안정시킬 사람이 필요 했던 것이다.
그런데 원호는 자기가 황제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은 하늘이 준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갑자기 교만하고 게으른 뜻을 가지고서 익히 알던 빈객과 근신은 모두 총애를 받아서 정사에 간섭하여 어지럽혔으며, 주야로 방종하고 술을 마시고 군사와 나라의 일을 구휼하지 않았고, 따라온 남방의 군사가 저자거리와 향리에서 업신여기고 포학한 짓을 하니, 조야가 실망하였다.
결국은 이주영과 원호의 대결로 가게 되었다. 황하를 사이에 두고 오래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주영은 이주조(爾朱兆)와 하발승(賀拔勝)에게 명령하여 재목을 묶어서 대나무뗏목을 만들도록 하고 마저의 서쪽에 있는 협석(硤石, 하남성 맹진현 서부)으로부터 밤중에 황하를 건너서 원호의 아들인 영군(領軍)장군 원관수(元冠受)를 습격하게 하여 그를 사로잡았다. 이주조가 승기를 잡은 것이다.
드디어 원호는 거점을 잃고서 휘하에 있는 수백 명의 기병을 인솔하고서 남쪽으로 달아났고, 진경지는 보병과 기병 수천 명을 거두어 가지고 진영을 결성하여 동쪽으로 돌아오자, 원호가 얻었던 여러 성은 일시에 다시 북위에 항복하였다. 또 이주영에게 쫓긴 진경지의 군사도 죽고 흩어져서 거의 다 없어졌다. 하는 수없이 살려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고 승려로 변장하여 샛길로 여음(汝陰, 안휘성 부양시)을 나가서 건강으로 돌아왔다.
원호는 다시 자기를 위왕으로 임명한 남쪽의 양(梁)으로 향하였다. 그래서 환원(轘轅)에서부터 남쪽으로 나와서 임영(臨潁)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따르던 기병들은 갈라지고 흩어졌다. 이리되자 임영현의 병졸인 강풍(江豊)이라는 사람이 간단히 원호의 머리를 베어서 그 수급을 낙양으로 전하였다. 아무리 황제에 올랐다고 하여도 이미 그를 지킬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힘을 갖지 못하고 양의 도움을 받은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쳐도 황제가 되었을 때에 그 자리를 지킬 능력이 없었던 원호는 즐기기를 먼저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후과는 졸병에게 목이 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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